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최근 들어 소통 행정을 한다는 취지로 지자체들이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물어 결정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종의 정치적 결정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능사가 아니다 는 반론도 거세다.

여론에 따라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닌데도 사안이 워낙 중차대하다보니 그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다수의 뜻을 따르는 결론 도출 방식을 활용한다는 비난이다. 도시문제는 전문가의 심도 깊은 탐구와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예측이 필수적인 사안이 있고, 공동체의 집단 윤리처럼 시민사회의 상식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 있다. 이 두 가지 것들이 경계를 무너뜨리고 섞이게 되면 그 도시의 미래에 큰 우를 끼치게 마련이다. 최근 광주광역시의 도시철도 건설에 관련된 일련의 사태 또한 그런 불안감을 안겨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광주광역시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추진하면서 격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시민사회에 판단을 맡기는 ‘공론화 숙의’ 과정을 거쳐 늦어도 11월 10일 까지 최종 결론을 내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그 매듭이 원만하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의 움직임이 치열해 당초 시의 입장대로 찬성 결론이 도출된다 해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건설 찬반으로 엇갈린 양측의 사활을 건 충돌이 어떠한 결과로 도출될 것인지 시민사회의 관심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중이다. 걱정을 하는 시민들도 점점 늘고 있다. 양측의 한 치 양보 없는 충돌이 결론 여부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필자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도시의 미래상을 가를 수 있는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시민여론을 묻는 ‘정치적 결정방식’으로 푸는 것은 최악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도시철도 건설이 미래에 끼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합리적인 심사숙고를 거쳐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판단 할 시민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찬반 양측이 홍보전을 펼치곤 있지만 가치판단을 할 만한 정보를 습득한 시민들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도시철도 건설에 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평가에 나선다는 것은 결국 심정적인 혹은 정서적인 결론으로 유도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10년 이상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대도시의 매머드 교통 인프라 사업이 그렇게 결론이 나서는 안될 일이다.

교통, 도시공학, 경제 등등 다양한 분야의 고도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충분한 연구와 심의를 거친 과학적 총화를 통해 결정될 일이지, 미약한 정보에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시민사회에 결정을 떼밀 사안이 결코 아니다. 지자체가 시민사회가 결정했다는 명분으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처사와 다를 바가 없다.

민주정치 체제를 고안한 도시국가 아테네도 페리클레스라는 위대한 리더와 함께 찬란한 황금시대를 일궈냈지만 훗날 리더십의 부재로 대중의 정서에만 기댄 중우정치에 휘말리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각급 지자체들이 찬반이 엇갈리는 난처한 문제에 휘말릴 때마다 단순히 여론에 답을 묻는 해결방식 사례가 빈번해지는 세태를 지켜보면서 고대의 교훈을 떠올리는 필자의 우려가 지나친 것일까?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및 전공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연구참여 및 논문

무주택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연구 (1990, 석사논문)

광주광역시 창조도시 전략연구단 위원 (2012. 1~2012. 12)/ 광주발전 미래 비전 및 전략마련을 위한 문화관광분과 연구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2013. 02~2014. 01)/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연차별 실시계획 용역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2014. 09~2014. 10)/ 아시아문화학회 추 계학술대회 운영 및 발표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2014. 11~현)/ 화순군산업단지 재생사업 기본계획수립

(사)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2015. 03~현)

▶저술 및 수상

오월의 아픔을 통일의 환희로 (1989, 르뽀집, 동광출판사 刊)

다시 그 거리에 서면 (1990, 창작집, 인동출판사 刊)

눈뜨는 섬 (1993, 장편소설 풀빛출판사 刊)

마이더스의 손 (1994, 인물소설, 웅진출판사 刊)

윤상원 평전 (2007, 인물평전, 풀빛출판사 刊)

문화부 장관상 수상 (1998, 광주비엔날레 공로상)

김대중 평전-사랑해요 DJ (2009, 인물평전, 도서출판 이룸 刊)

복합문화시설과 콘텐츠 (2013, 공동집필, 전남대유라시아연구소 학술총서)

모두를 위한 예술 (2014, 전남대유라시아연구소 학술총서 3)

▶주요경력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1998)

광남일보 편집국장 (2002~2004)

전남매일 편집국장 (2004~2006)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2006~2007)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2005~2009)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2011. 01~2014. 02)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2014. 03~2014~12)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2016. 01~2017. 07)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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