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먼저 《노자(老子)》에 나오는 ‘대기만성’ 이야기다. 유능한 사람은 도(道)를 들으면 힘써 실천하고, 보통의 사람은 도를 들으면 의심하며 망설인다. 그리고 못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그냥 웃어 넘겨버린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道)라고 하기에 부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매우 밝은 도는 어두운 것 같고,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것 같다. 가장 평탄한 도는 울퉁불퉁한 것 같고, 가장 높은 덕은 낮은 것 같다. 가장 넓은 덕은 한쪽이 이지러진 것 같고, 아주 건실한 도는 빈약한 것 같고, 매우 질박한 도는 어리석은 것 같다. 아주 흰빛은 때가 낀 것 같고,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 지는 것 같다. 아주 큰 소리는 들을 수 없는 것 같고, 아주 큰 형상은 모양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도는 크면서도 형체와 이름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는 만물을 돕고 이롭게 해준다.

노자 도덕경 41장에 나오는 만성이란 더디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이루어지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후세에 와서는 노력해 늦은 나이에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말로 많이 쓰인다.

또 하나는 중국 삼국시대 조조의 위나라에 최염(崔琰) 이라는 장군과 연관됐다. 최염은 기골이 장대하고 생김새도 준수하며 용맹하기도해 당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에게 사촌 동생 최림(崔林)이 있었다. 최림은 체격이 왜소하며 생김새 또한 볼품이 없고 별다른 재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벼슬길에도 오르지도 못했다. 최림의 아버지는 항상 조카 최염과 비교하여 “도대체 넌 왜 그 모양이니.” 하며 아들이지만 최림을 무시했다.

“사촌형 염을 좀 본받아라, 저잣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 봐라, 네 사촌 형 최염을 아느냐고.” “이미 해 봤습니다.” “그래 뭐라고 하더냐?” “대답 하는 사람마다 다 안다고 하며 칭찬도 자자했습니다.” “그럼 너를 아느냐고 물어 봤느냐?” 최림은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사촌 간에 우애가 돈독했던지 최염은 동생 최림의 인물됨을 알고 있었다. 저 동생은 지금은 비록 내 세울 것 없이 초라하게 보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큰일을 해낼 것 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후 어느 날 최염은 동생 최림을 만나 말했다. “아우야 사람들이 너를 무시 한다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라. 큰 종이나 큰 솥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네 형님” “그렇다면 너도 기죽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라.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도 크게 된 인물들을 보면 빛을 보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내가 보기에는 너도 ‘대기만성’에 적합한 인물이다. 두고 봐라, 너는 틀림없이 큰 인물이 되어 가문에 영광이 되고 국가에도 크게 쓰임 받는 인물이 될 것이다.”

최염의 말에 최림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며 다짐을 하게 된다. “형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큰 뜻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며 굳은 마음과 정신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최선을 다 했다. 훗날 최림은 높은 관직에 올라 명성이 높고 당시 임금을 모시는 삼공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여기에서 큰 그릇을 늦게 이루어진다는 말이 유래가 되었다.

급하더라도 준비기간이 필요할 때 비유적으로 많이 쓰인다. 채근담(採根譚)에도 ‘오랫동안 쉼이 있는 자는 반드시 높게 날고, 먼저 피는 꽃은 혼자서 일찍 시들어 버린다’ 는 말이 있다. 인생사에서 현실을 비판하며 불평만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파악하여 보충하고 부단한 연마를 통해 준비하며 때를 기다린다면 높이 날고 화려한 꽃을 피울 날이 있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