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 광주 터미널에 있는 유 스퀘어 문화관을 찾았습니다. 광주 문학협회장인 시인 임원식 선생이 마련한 시와 음악이 만나는 세 번째 잔치에 초대 받았지요. 자신의 시에 곡을 붙여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보기 드문 문화 마당이 열린다니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임 시인은 고위 공직자로 퇴직하고 전남일보 사장을 역임한 분입니다. 이제 치열한 경쟁의 삶을 접고 문화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니 선생의 시도, 시와 음악의 만남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 했습니다.

크지 않은 문화관에 2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손광은 전 전남대 교수, 박흥식 전 광주상의 회장, 김응서 남해종합건설 회장 등 원로들을 뵈었습니다. 짧았지만 흘러간 세월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인 정상용 전 의원, 후배인 남성숙 광주매일 사장, 최규철 광주예총 회장 등 반가운 얼굴이 있어 좋았습니다. 80이 내일모레인 임 시인에게서 노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쟁하지 않고 베풀며 하고 싶은 문학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어서이겠지요.

연구서적·평설집·칼럼·수필집을 내고 시집은 15권이나 내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는 소개에 놀랐습니다. 아니, 감탄했습니다. 불과 10여년 세월이 ‘월급쟁이’ 생활인을 프로급 ‘글쟁이’로 만들었다니! 임 시인의 시에는 고향산천과 사투리가 있습니다.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직도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시는 출세를 위해 고향도 세탁하는 세월에 공직에 있었으면서도 가난했던 고향을, 물레 돌리는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살았다는 이력서였습니다.

김진우 전 중앙대 교수가 곡을 붙이고 소프라노 김미옥 광주대 교수 등 유명 성악가들이 20편의 시를 재탄생시켰습니다. 노랫말로 변신한 시는 어느 가곡의 노랫말보다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프로 시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요. 과장하지 않고 본 대로 느낀 대로 자신을 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 데서 듣고 보아온 시인의 참 모습을 만난 그날 밤의 감동은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리밥이라도 제대로 먹였으면 좋겠다/ 내 새끼들 내 새끼들 우리네 어메들은/ 어메들은 눈물 섞인 풀떼죽으로/ 보리고개를 넘었다/ 어딜 가나 바람에 푸른 파도치던/ 그 보리밭은 안 보이고/ 어쩌다 고향 들길에서 보리밭을 만나면/ 나는 보리밥이 그립다/ 풋고추 호박잎 된장에 먹던/ 어머니가 해주신 보리밥/ 어머니 눈물로 지은 보리밥.

‘어머니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쓴 시입니다. ‘세월 잦는 여인’에서는 ‘새끼들’과 ‘서방님’ 옷 만들기 위해 물레 돌리는 어머니를 환생 시켰습니다. ‘쑥국새 운다’는 어머니의 쑥밥과 쑥국, 쑥개떡 맛을 아직도 잊지 않다는 편지로 다가왔습니다. 질투가 날 정도로 멋있고 건강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우전 임원식 시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1976. 2-1978. 1. 전남매일신문 기자

1978. 1-1980. 11. 중앙일보 기자

1988. 5-1990. 4. 무등일보 경제부장

1991. 4-1998. 9.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1998. 10-1999. 10. 광남일보 논설위원

1999. 10-2001. 5.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2002. 7-2004. 2.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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