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평생동안 부부가 함께 과일행상을 하면서 근근히 모은 전재산을 인재육성에 써달라며 자신들의 아들이 다닌 학교에 400억 원이나 기부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격과 흥분을 주는 뉴스였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부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 평생 근검절약을 생활화했고, 과일행상을 하면서 남들이 입던 옷을 재활용하여 입었다. 그 흔한 여행한번 다녀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부부가 그동안 걸어왔을 그 길이 얼마나 힘겹고 괴로웠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이 부부는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아낌없이 사회에 기부 했다. 이 분들의 통 큰 선행에 존경심을 넘어 참으로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행색이 남루한 이 노부부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실천했다.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어서 소리가 요란할수록 그에 따른 반발심도 크기 마련이지만 실천으로 보여주는 희생과 헌신은 더 큰 감동과 울림을 낳는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부자들의 갑질이 우리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요즘 이 노부부의 선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충격은 물론 존경을 자아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다는 것. 그것처럼 거룩하고 위대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 바탕에는 측은지심이 있다. 측은지심과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은 인생살이의 기본이 되는 마음이다.

한편, 얼마전 홍콩 배우 주윤발의 기사를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 신문지상에 실린 이 작은 사진 속에는 주윤발이 백팩을 메고 일반 승객과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세계적인 대 스타라는 선민의식이나 교만함을 엿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전재산이 우리나라 돈으로 8,100억 원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한 달 용돈이 90만 원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주윤발은 그 돈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잠시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 이라며 행복의 원천은 돈이 아니라 선량하고 진실한 마음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의 돈과 인생에 대한 철학이 존경스럽다. 무엇이든 모아 둘 줄만 알지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랑도, 돈도 마찬가지다. 물은 계속 흘러야 썩지 않고 주변이 비옥해지듯 돈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수록 미련 없이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타인의 힘겹고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하는데 있다. 경주의 최부자, 구례의 류이주, 제주의 김만덕 등 부자들이 이웃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전설로만 존재할 뿐인 것 같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부디 바라거니와 노부부가 기부한 그 평생의 노고가 제대로 쓰이기를 바란다. 배우지 못한 평생의 한이 새로운 인재육성에 귀중한 종자돈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또한 우리사회의 부자들에게 깊은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절절한 바람이다. 노부부의 그 선행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노부부의 남은 인생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바이다.

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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