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학자 순자(荀子:본명은 筍卿)가 전국시대 말기 주창한 학설. 인간의 본성은 감성적 욕망에 주목하고, 그것을 방임(放任)하여 그대로 놓아두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악(惡)이라고 말하며, 수양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잠재해 있는 것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가르침이나 예의(禮儀)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쌓아 올려야 인간으로서 완전하다고 보는 윤리사상이다.

이 학설은 약 70여년의 시차를 두고 주장했던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과 대립되는 견해인 것 같으나, 궁극적으로는 같은 이상(理想)이라고 본다. 순자가 주장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으며 예의는 인위적인 형식으로 본 것이다.

순자의 핵심적인 견해는 “오늘날 인간의 본성을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졌으며, 이에 순응하게 된다. 그래서 해치며 살아가고 진실함이 없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감각적인 탐욕을 지니고 있으며 음악과 여색을 좋아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으며 이에 순응하게 된다. 그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면 음란(淫亂)하고 예의와 이성을 잃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순자는 선천적으로 인간은 탐욕과 악습이 항상 내재되어 있는데 억제하며 살아간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본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투쟁적이고 잔인하고 음란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가르침과 형벌을 통하여 인성을 교화시켜야 된다는 당위성을 설파한 것이다.

그 결과 훌륭한 학자들은 인성을 선한 쪽으로 교화시키기 위해 인의(仁義)에 의한 도덕률을 제창했으며 만인의 행동규범을 제시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순자의 성악설을 자세히 들어가 보면 인간의 생리적인 탐욕(貪慾)성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본성과 연결시켜 후세 학자들은 추상적인 관념론이라고 비판하는 자가 많았다.

한편 후세 유가(儒家) 사상가들은 전통적으로 맹자의 성선설을 많이 추종하였는데 현대의 인류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성악설이나 성선설 모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편협(偏狹)한 이론이라고 양비론을 편다. 그러나 이 양비론은 근본적인 개념을 오인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즉 순자가 말한 성이란 본성 또는 천성이 아니라 바로 감성(感性)이었다. 성악설은 바로 이성과 분리시켜 감각적인 기질에 드러난 인간의 실체를 논증하려고 교육을 강조했던 것이다.

순자가 말하는 교육대상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成人)이며, 교육의 참 목표는 근원적 체질개선보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참여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리고 순자는 선(善)에 도달하는 기준에 대해 의심이나 이론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바로 유가의 사상적 체계를 원용 하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악설은 유가의 예의와 학습을 결합시키기 위한 의식개혁의 성격이 보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그 가능성을 추론했고 인류에게는 천하의 공영을 소망하는 철학적 모색이었다.

말하자면 후천적 감성의 통제를 거쳐 이성적 세계를 구현하려 했던 사유체계이다. 그래서 법가(法家)사상을 신봉했던 순자의 제자들 역시 법가주의자들이다. 그의 가장 뛰어난 수제자로 이사(李斯)와 한비(韓非)를 꼽을 수 있는데 말이 어눌했던 한비는 위대한 저서 《한비자(韓非子)》를 썼다. 이 한비자가 진나라 진시황제(秦始皇帝)에게 전해져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진나라로 천하 통일이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순자가 남긴 저서 《순자(荀子)》의 첫머리에 보면 태어날 때는 똑같던 사람들도 교육방법에 따라 커 가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성실하게 배워서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순자가 보는 견해는 이렇게 인간의 본성이 이익을 탐하고 이기적일지라도 배우고 익혀 깨달은 바가 있으면 유가에서 말한 예(禮)에 가까이 갈수 있다는 것이 맹자가 말한 성선설과 같아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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