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탁 영광여성의전화 회원활동가

나는 아재다. 그것도 나이를 설먹어 무릇 어설픈 아재다.

이 칼럼에서 나는 나의 젠더감수성을 고백하고자 한다. 아니 고발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 일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나 대표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안팎으로 자주 들려오는 미투운동이나 그루밍성범죄등에 대해 내 스스로 오랜 체증이 있어 입 닫고 귀 막고 가만있기가 자못 근지러워 횃소리인지 헛소리인지 한마디 울려보고자 한다.

내 어릴 적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에 마실 오시면 ‘그놈 고추 잘 익었나? 맛 좀 보자.’며 내 소중한 곳을 탈취하는 듯 한 시늉을 내곤하였다.

그때는 그것이 그루밍성범죄(?) 인줄도 모르고 진짜 무엇을 잃어버려서 허탈해진 사람처럼 부끄러움을 가득안고 잽싸게 자리를 피했던 기억이 눈앞에 선하다.

물론 아주머니들은 코찔찔이 순박한 꼬마를 나름 골릴 목적으로 그리하였을 것이다.

‘아차차, 서론도 길고 경험담도 주제와는 멀리 벗어나버렸군!’ 아무튼 그때는 다들 그랬다. 성인지감수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언저리, 방직공장 여공들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공장주와 작업반장의 성추행은 산업화와 국가발전이라는 대명제아래 씻기고 지워졌다. 또한 전두환정권의 3S(SEX,SCREEN,SPORTS)정책은 국민들의 우민화와 왜곡된 성의식을 부추겼다. 군부독재가 서슬 퍼렇던 그 당시, 문제제기조차도 힘들었던 5.18 계엄군의 성폭행이나 부천서 성고문사건등도 시대의 아픔으로 각인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를 지나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고 여성부가 만들어 지면서 여성인권과 성평등의 가치가 새로이 재고되기 시작하였고 남녀 모두의 성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리고 십 수 년의 세월이 흘러오면서 성인지감수성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 속에 파고들어 아주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

대통령 직선제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들에 의한 자치실현 등의 실질적 민주주의가 전부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시대의 요구에 의해 절차적으로 성평등 관련 법률과 제도가 개선되어 왔지만 실질적인 국민들의 성의식은 여전히 더디게 개선 중인 것 같다.

현 시대, 우리가 마땅히 겸비해야하는 성인지감수성의 크기를 우리 국민들의 성의식이 따라오지 못하며 이러한 부조화의 균열이 미투로 표출되었고 그루밍성범죄로 고발되었다.

그 안에서 나또한 누군가의 피해자였고 방조자였으며 범죄자였고 공범이었다.

‘과연 앞으로의 대한민국에서 성평등을 위한 제도개선과 국민들의 성인지감수성이 이인삼각 달리기 선수들처럼 한 몸이 되어 씩씩하게 전진해 갈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우리시대 성평등지수를 내 어릴 적과 비교해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햇빛이 따사로운 것과 모든 곳에 균일하게 햇볕이 쪼여지는 것이 다르듯 우리의 주변부터 모든 사각지대의 성의식에 대해 더욱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여 내 사는 곳의 젠더감수성확장을 이루자.

성인지감수성이 보편적으로 고려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우리 공동체와 가정을 지키는 ‘일 순위’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참 불편하고 몹시 불쾌하며 때로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여전히 젠더감수성을 외치는 모든 비명들을 지지한다.

서향탁 영광여성의전화 회원활동가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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