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수 기자

2016년. 반기문 총장은 과거 미국 유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반 총장은 “말도 안되는 비판”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게 없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면서 그런 것(동향 보고)을 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제 인격을 비춰서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외교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85년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 보고한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당시 하버드대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외무부 참사관은 “미국의 학계와 법조계 인사가 ‘김대중 안전귀국 요청 서한’을 청와대에 발송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 당시 이를 수사하던 검찰은 청와대 문건에서, 박 전 대통령 친인척에게 접근한 인물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그의 범죄경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보고한 정황을 포착했다.

국정원은 진보 성향 단체의 동향을 파악해서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극우 정치 성향의 글들을 실시간 보고하고, 야당 정치인과 관련한 SNS 동향 감시 및 일부 여당 정치인의 동향까지 실시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군 사이버사령부가 유명인의 SNS 동향을 감시한 것이 밝혀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이 동향관찰이라는 명목의 개인 정보 수집이 말썽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광군 총무과에서도 영광군의 사건, 사고는 물론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동향을 상부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향(動向)보고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전적 뜻은 ‘사람들의 사고·사상·활동이나 일의 형세 따위가 움직여 가는 방향’이다. 즉, 영광군은 비공식적으로 영광군 사람들의 사고·사상·활동이나 일의 형세 따위가 움직여 가는 방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뭐, 영광군의 발전을 위해 동향을 파악하는 건 기자도 찬성한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하는 인물이 국정원과 같은 정보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인물도 아니거니와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또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의 사생활이나 일반적인 동향파악 등을 상부에 보고한다는 건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제4공화국 시절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박 대통령이 직접 보고 받아야 할 모든 동향보고를 자신이 직접 받고 불편한 사항은 모두 배제 후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신체제를 참다못해 일어선 부산 시민을 두고 “각하,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명을 죽였는데 우리는 데모대 100-200만 명 쯤 못 죽이겠습니까. 탱크로 밀어버리면 이 땅에서 데모는 사라질 것입니다”며 국민의 정서가 아닌 소수 폭도들의 반란으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편향적(偏向的)으로 국내 동향을 보고 받은 박 대통령은 귀머거리와 장님이 되어 국민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또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영광군 발전을 위한 동향관찰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의 신뢰도가 분명치 않고 사실 확인이 정확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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