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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故事成語] 서제막급(噬臍莫及)[해석]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미치지 않는다 <142>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 승인 2018.12.04 21:24 |
이경일 회사원

기원전 7세기경 춘추시대 초(楚)나라 문왕(文王)은 신(申)나라를 치고자했다. 신나라를 치기 위해서는 등(鄧)나라를 거치지 않고는 갈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길을 빌려달라고 등나라 제후에게 부탁했다. 요청이라기보다는 거의 협박에 가까웠다. 이때 등나라 왕은 무골호인으로 알려진 기후(祇侯)였는데 혈통으로는 초나라 문왕과 숙질간이었다. 요청을 받은 기후는 기분 좋게 순순히 허락했다.

허락이 떨어지자 초나라 군인들은 등나라에 입성했고 기후는 반갑게 그들을 환영했다. “어서들 오시게 이게 얼마만인가?” “아저씨께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 이렇게 우리 초나라의 편의를 보아주시니 이 조카는 무엇으로 보답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왕이 깍듯하게 어른대접을 하며 심심한 감사를 표하자, 기후는 미소를 지의며 “거 무슨 말을! 조카의 부탁인데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리고는 성대한 잔치까지 베풀며 문왕과 함께 온 병사들까지도 배불리 먹였다.

이때 등나라에서 현자(賢者)라 일컫는 추생(騅甥), 담생(聃甥), 양생(養甥)이 기후를 찾아와 눈물로 간언한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희들의 소견으로는 저 문왕은 반드시 멀지않은 장래에 저희에게 칼끝을 겨눌 것입니다.” 추생의 간언에 담생도 한마디 보탠다. “그렇습니다. 지금 손을 쓰지 않는다면 훗날 크게 후회하실 것입니다. ‘배꼽을 물려고 해도 입이 닿지 않는데’ 그땐 어쩌겠습니까?”

기후는 조카를 믿는다고 하면서 현자들의 말을 오히려 서운해 한다. “이런 망발이 어디 있는가? 초왕과 나는 아저씨와 조카사이인데 우리 관계를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과인이 만일 조카를 해친다면 과인이 먹다 남은 음식은 그대로 남을 걸세.” 즉, 이 말은 사람들이 자기의 불의를 미워하여 제사조차도 지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양생이 부르짖었다. “참으로 딱하십니다. 저희들의 간언을 귀담아 듣지 않으시면 사직(社稷)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 뻔한데, 전하께서 잡수시고 남길 음식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래도 기후는 충신의 간언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에 문왕은 군대를 이끌고 갑자기 등나라를 침공했다. 얄팍한 인정을 과신하고 아무런 대비책도 없던 등나라는 속수무책으로 힘없이 멸망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장공(莊公)> 6년에 나오는데, 사슴이 스스로 제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은 사향노루가 붙잡히는 이유는 그 배꼽에서 향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향노루가 그 배꼽만 없으면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을 것 같아 그 배꼽을 물어뜯어 제거하려해도 입이 닿지 않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판단을 잘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이미 지나간 일이라 후회해도 소용이 없음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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