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6.15 토 20:16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여성칼럼] 지금처럼 당당하게!
정도연 영광여성의전화 자원활동가 | 승인 2018.12.18 16:45 |

우리 이제 내일을 여는 거야

빛이 되어 세상을 밝혀줄게

푸른 하늘 너머 눈 부신 햇살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 이제 서로의 손잡고

움츠린 어깨 활짝 펴는 거야

붉은 태양 아래 빛나는 물결

우리가 희망

 

모두 모여 서로에게 웃음 지을 수 있어

세상을 바꿀 용기를 주는 따스한 미소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로울 때까지

가슴속 깊이 뜨거운 열기로

지금처럼 당당하게!

- 한국여성의전화 로고송 -

2002년 어느 날, 늘 서툴고 어설펐던 엄마 노릇에서 해방이 되어, 훨훨 날아오를 것처럼 홀가분했던 시간도 잠시였을 뿐, 왠지 삶의 한 귀퉁이가 사라진듯한 상실감에 허우적댈 무렵이었다.

오일장 구경을 하러 읍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영광여성의전화의 홍보물, ‘고정희 시인의 생가 방문’을 한다는 문학기행 참가자모집 글귀에, 무엇에 홀린 듯 곧바로 전화를 걸어 사무실을 찾아간 그 날, 우연처럼 다가와서 필연이 되어버린 영광여성의전화와의 만남이었다.

그곳에 발을 디딘 그 순간,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내가 그토록 목말라했던 사람들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부드럽고 당당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여성들이, 삶에 지치고 아파하는 사람을 따스하게 위로하고 지지해주며, 포기하지 말라고 함께 힘 모아 이겨 나아가자고 토닥여 주는 그곳.

영광여성의전화의 회원이 되어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이라는 단어에 스며있는 많은 긍정적인 의미를 알게 되었고, ‘지금처럼 당당하게’라는 여성의전화 로고송을 듣는 순간 내 온몸에 전해져오던 그 감동과 전율은 지금도 느껴질 만큼 또렷하다.

여성의전화를 만나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이곳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만남이었다.

물질만능의 시대, 가진 자의 만용과 자신이 가진 것을 움켜쥐고 나눌 줄 모르는 세속의 찌든때에 젖어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존경과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여성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들과 만남으로 나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얻었다.

그들은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여성 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그리하여 여성으로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게끔 따뜻하게 이끌어주었다.

늘 내성적이어서 조용하고 순응적인 나의 내면에, 숨어있는 열정적인 힘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많은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고,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포괄하는 수많은 의미를 깨달아가면서 ‘나’와 ‘우리’가 다르지 않음을 자각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가슴으로 해내서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하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우리가 함께 해내어서 결국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때의 열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서도 직접 부딪치면서, 함께 배우고 함께 힘을 북돋아주며 서로가 뿌듯해하던, 그때 우리의 지역민을 위한 활동들이. 지금은 많이 활성화가 되어 우리 손을 떠난, 이주여성 공부방과 찾아가는 한글 공부방 등등...

단 한 사람만이라도, 당당하게 이 땅을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라며 늘, 내 가슴에 되새기는 단어, 지금처럼 당당하게!

전형적인 남존여비의 사상에 물들어있던 옆지기가, 지금처럼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의전화를 통해서 다져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보다는 각자의 존재에 대한 존중과 믿음,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폭넓은, 열린 마음으로 살아왔기에 가능했다고 자부한다.

처음 영광여성의전화 활동가가 되어 활동할 때, 마을어르신들이 맞벌이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헛짓을 하러 다닌다며, 혀를 차곤 했는데 이제는 되려, 좋은 일 한다고 등을 토닥여 주기까지 하니 내심 뿌듯하다.

가끔 여성의전화 회원이 아닌 주변인들로부터 ‘여성의전화’의 무엇이, 그리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땐 난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기쁨을 찾게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자매애가 있어서라고 답한다.

이젠 험난한 이 세상에서, 삶에 지쳐 등 기댈 누군가가 그리울 때, 찾아와 잠시나마 평안함을 누릴 수 있는 작은 둥지 만들어, 따스한 밥 한 그릇 대접할 수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을 염원한다.

상처입은 자매들의 찢겨지고 구겨진 자존감 살려내어,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랑의 밧데리가 되고 싶다.

‘우리’라는 단어 안에 속해있음에 감사하며, 늘 지금처럼 당당하게 살아갈 나를 위하여 아자!

※ 사단법인 영광여성의전화(부설 영광여성상담센터)는 인권상담 및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및 홍보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성인권단체입니다. (상담문의 : 061)353-4994)

후원계좌 : 농협 679-01-181566 영광여성의전화

정도연 영광여성의전화 자원활동가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영광군민신문 소개광고안내구독신청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영광미디어 영광군 영광읍 중앙로 19  |  대표전화 : 061-352-0120  |  팩스 : 061-351-9401
등록번호 : 전남, 다00359   |  등록일 : 2015.11.23   |  발행인 : 조민상  |  편집인 : 조일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일근
Copyright © 2019 영광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