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이 맞을까? 창조론이 맞을까? 사도신경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 로 시작된다. 만약 하나님에 의한 천지 창조가 부정된다면 기독교는 설자리가 매우 좁아지는 셈이다. 1859년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종의 기원》에서 모든 생명체는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 되었다고 발표하자 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이 발칵 뒤집혔다. 생명체가 진화에 의한 것이라면 하나님의 천지 창조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진화론 발표 6개월 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당대 최고의 과학자 토마스 H 헉슬리와 옥스퍼드의 주교 사무엘 윌버포스가 종의 기원을 놓고 진검 승부를 벌였다. 헉슬리는 ‘진화론’을, 윌버포스는 ‘창조론’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먼저 헉슬리의 진화론 주제발표가 끝나자 윌버포스는 헉슬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물려받았다고 하는 원숭이 유전자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받은 것인가, 아니면 할머니를 통해서 받은 것인가?”

“네가 원숭이의 자손이지” 라는 비아냥거림 이었다. 이에 헉슬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나는 원숭이를 조상으로 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리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에 자신의 재능을 악용하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때 피츠로이드라는 사람이 끼어든다. 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선지자들처럼 성경책을 높이 올려들며 소리쳤다. “다윈의 저서는 나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사람을 믿지 말고 하나님을 믿어야 합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한 부인이 기절해 쓰러졌다. 이것은 당시 분위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윈과 피츠로이드 두 사람은 악연 중에서도 정말 악연이었다. 피츠로이드 입장에서는 자신이 키운 호랑이에게 물린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했지만 보고 느낀 것에는 현저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피츠로이드는 자신이 목격한 지질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를 더욱 굳게 믿었다.

그러나 다윈은 창조론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피츠로이드는 높은 산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를 보고 노아 홍수의 결정적인 증거로 믿어 의심치 않은 반면, 다윈은 남미의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 군도의 핀치새를 보고 진화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1835년 비글호가 갈라파 군도에 도착했을 때 다윈은 심한 뱃멀미에 시달려 예정보다 더 오래 머물렀다. 그 때문에 다윈은 그의 일생에 최고인 진화론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민족 우월주의나 노예제도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우월한 민족이 열등한 민족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진화론에서 주장했다. 여기서 다윈과 노예 해방을 주장했던 미국 위대한 대통령이 된 링컨의 이해가 충돌한다. 묘하게도 다윈과 링컨은 1809년 2월 12일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 그러나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은 180도 다른 방향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인종 우월주의에 입각하여 노예제도를 합리화 시킨 이론이라면 링컨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동일하게 창조되었다는 말은 노예해방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링컨은 인간 평등을 주장한 반면 다윈은 인종 우월주의를 주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서 다윈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의 평등을 주장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링컨의 사상이 기독교에 가깝다면 다윈은 불교 교리에 가까운 주장을 한 것이다.

그 후로 진화론은 사회학에도 영향을 미쳐 스펜서의 진화 사회학이 등장했다. 1864년 스펜서는 생물학의 원리에서 자연선택을 적자생존으로 단어를 바꿔서 설명했다. 생존경쟁에서 가장 적응을 잘한 적합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다윈으로서는 자신의 주장을 잘 표현한 단어를 빼앗겼다고 생각했으나 결국은 그 단어의 매력에 이끌리어 종의 기원 5판부터는 적자생존이란 단어를 즐겨 썼다. 그리고 지금은 적자생존이 다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러나 창조론 옹호자들은 왜 지금 원숭이는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원숭이로 남아 있을까. 하는 주장이 멈추지 않는다.

이 논란은 지구가 멸망 할 때 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2분법적으로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리다고 주장하더라도 또 반박하는 주장이 나와 항상 평행선을 유지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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