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상처를 입더라도 다가갈 것인가, 두려워도 혼자 있을 것인가?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한 행동일까! 인간관계에 있어서 서로 친밀관계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심리상태를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고슴도치는 빽빽한 가시를 가지고 있다. 이 가시는 자신을 방어하려는 방어책의 한 수단이다. 그런데 여러 마리가 함께 있으면서 매서운 추위가 엄습해 올 때 서로 기대면 가시에 찔리고 떨어져 있으면 너무 춥기 때문에, 상처를 입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애착형성의 어려움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누구와도 가까워 질수 없는 상황을 인간의 마음상태에 적용시켜 말한 심리학적 용어다. 즉, 인간관계에 있어서 멀리 홀로 된다면,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지내면 마음에 상처를 받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말한다.

고슴도치형 인간은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지 않고 자기의 삶과 자기 일에만 몰두해서 남들이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다. 늘 자기를 감추고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내성적 성격과 고립주의를 설명하기위해 주로 사용된다. 실제 고슴도치를 관찰해보면 바늘이 없는 머리 부분만 맞대고 체온을 나누고 서로 공존 하며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고슴도치 입장에서는 많은 시행착오 후에 얻어낸 결과일 것이다. 이 용어는 독일의 철학자 아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9)의 우화인 ‘고슴도치 이야기’에서 차용한 심리학 용어다.

고슴도치 이야기는 쇼펜하우어가 1851년 6년의 긴 작업 끝에 에세이와 주석들을 모아 출판한 《부록의 추가》에 등장한다. 쇼펜하우어는 이 현상을 통해 외부로부터 따뜻함을 구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타인에게 상처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슴도치 딜레마를 적극 활용한 사람은 전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을 들 수 있다.

그는 10년 동안 비서실, 사무실, 개인 참모부의 고문과 참모들의 임기는 2년을 넘지 않았다. 전직이 군인이었던 드골은 군대처럼 인사이동의 유동성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에 영향을 받아 직원을 한 자리에 오래 배속시키지 않고 적시에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 이러한 인사이동으로 인해 직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고, 드골은 언제나 새로운 의견을 듣고 진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그러나 드골과 참모진이 친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는 쌓을 수 없었던 것도 알 수 있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md Freud, 1856~1939)의 발견과 채택으로 심리학의 영역으로 인정됐다.

프로이트는 《집단 사회와 자아의 분석》에서 이를 인용했으며, 쇼펜아우어와 프로이트는 이런 상황을 사회에서 각각의 인간이 서로에게 어떠한 느낌을 갖는지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프로이트의 많은 저서는 친밀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느 정도 까지가 적절한 수준의 친밀함인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친밀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고슴도치 딜레마는 적당히 서로를 존중하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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