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공을 이루었으면 떠나라.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고사다. 《노자》 도덕경 9장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요즘말로하면 박수 받고 있을 때 떠나야지,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떠난다면 자신이 초라하고 명예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공을 이루고도 소위 팽(烹) 당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가 떠나야할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다.

춘추전국시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에 나오는 월나라 구천(句踐)의 충신이었던 범려(范蠡)와 문종(文鍾)의 이야기가 ‘공수신퇴’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구천은 오나라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자결하려고 할 때 살아 복수할 것을 권하며 천신만고 끝에 오나라 부차(夫差)에게 회계산 전투에서 패하여 그의 신하가 되었던 설움과 치욕을 씻을 수 있도록 만든 만고의 충신이었다. 그러나 이 두 충신은 운명이 여기서 엇갈리게 된다.

범려는 마침내 오나라에 승리를 거두자 구천을 패자의 자리에 올려놓고 “구천은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다”고 했다. 그도 월나라에서 부귀를 누리며 살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눈이 남달랐던 범려는 부차에게 해를 당할 것을 예상 했으며, 같이 일등공신으로 공을 세운 문종에게도 함께 떠날 것을 권하였으나 문종은 자기가 한일에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한다.

이 두 사람은 정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범려는 이름을 지이자피(觗夷子皮)로 바꾸고 제나라에 가서 크게 성공 하여 주위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준다. 그 뒤 다시 송(宋)나라로 가서 성공하여 재상에 이르고 천수를 누리며 세상을 마친다. 그러나 문종은 월나라에 그대로 남아서 구차의 의심을 사 결국 자결하게 된다. 범려는 이런 일을 예상 했던지 월나라를 떠날 것을 권하는 편지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을 거론했다.

인생은 타이밍 즉, 시기를 잘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쟁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도 적절한 시기를 잘 알아서 행하라는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원하고 또한 하고자하는 일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 일에 안주 하지 말고 더 큰일을 위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홀연히 떠나거나 더욱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욕망은 쉼 없이 무엇인가를 가지라고 우리들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하지만 무엇 인가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몸을 거둘 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우리에게 평안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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