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북미가 제3국에서 만난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거 봐라’식의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회담 성사의 과정에서도 갖은 방해를 했기에 예상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민족의 명운에 관련된 문제를 보는 공당의 처신 치고는 너무 무책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담 결렬의 쓴맛을 보고 돌아간 김정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입맛에 맞춰주는 대응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반복된 시나리오라면 북측이 미국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고, 보수세력들은 이에 맞서 냉전 여론을 격화시키는 불을 지피곤 했던 것이다.

하노이에서 돌아온 김정은은 첫 메시지로‘경제보다 절박한 임무는 없다’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스탠스 채택은 한반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글로벌 인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외교노선으로 여겨진다.

미국에 대한 감정이 격해 있기 때문에 거친 말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완전히 무너뜨렸다. 격렬한 험담을 기대했던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보수세력들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대응에 오히려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닥치고 경제’라는 김 위원장의 통치 인식은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에 북미, 그리고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외교문제들에 있어서 비타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국에 온 세계적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북한이 전세계가 주목할 투자처가 될 것이며, 자신 또한 현재 북한에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로저스 회장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테스크포스를 꾸려 북한투자에 대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의 말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유럽의 유력 경제지들이 EU 대기업들의 북한 투자를 위한 사전 움직임들을 보도하고 있고, 미국의 기업들조차 이미 북한 투자를 위해 방북하는 빈도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미국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겉으론 대립을 가장하고 기업인들은 북한에 들어가 투자의 꿀샘들을 선점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귀담을만한 말이다.

아메리카 펀드가 운용하는 거대한 다국적 자본들이 그 규모를 앞세워 북한에 먼저 들어가 핵심적인 투자 길목을 차지하고 나면 남북 경협 사업은 당초에 꿈꿨던 기대치에서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신경제구상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빤하다.

우리가 냉전의식에 갇혀 국가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데올로기 충돌의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세계시장은 북한이라는 블루오션에 한걸음씩 경쟁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에 있는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이미 북한경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로저스 회장은 또 북한의 개방은 한국과 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위해 가장 좋은 소식 중에 하나이며 북한이 개방되면 한국은 10~20년간 가장 신나고 흥분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북이 체제의 벽을 허물고 개방의 시대로 나아가는 대계에 세계가 흥분하고 있는데도 우리만 두려워하며 디스를 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1998)

광남일보 편집국장 (2002~2004)

전남매일 편집국장 (2004~2006)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2006~2007)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2005~2009)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2011. 01~2014. 02)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2014. 03~2014~12)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2016. 01~2017. 07)

2018-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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