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전국시대 초기에 손자병법의 주인공 손무(孫武) 못지않은 탁월한 병법가가 있었다. 싸울 때 마다 승리를 거두는 장수 오기(吳起)다. 오기는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다. 그는 당시 금 수저 출신이었다. 천금을 가지고 있었으나 벼슬을 구하려고 뇌물을 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해 탕진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비웃자 자기를 비방한 사람들 삼십여 명을 죽이고 위나라 성문을 빠져 나가 도망가기에 이른다.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대신(大臣)이나 재상(宰相)이 되기 전에는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인사흐후 이를 악물고 떠났다. 노나라로 망명하여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를 스승으로 모시고 학문을 연마하며 노나라 군주를 섬겼다. 제(齊)나라에서 노(魯)나라를 공격하자 노나라는 오기를 장군으로 발탁하여 중히 쓰려고 했다. 그러나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출신임을 알고 중용을 의심하자,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죽이고 제나라 편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노나라는 이일을 계기로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그러나 노나라 사람들은 오기의 지난 과거를 들추며 비난했다. 증자의 제자로 있을 때 어머니의 부음(訃音)을 받고도 돌아가지 않은 일, 자기의 출세를 위해 아내를 죽인일 등등. 이런 이야기를 들은 노나라 군주는 오기를 꺼려하게 된다. 그래서 오기는 노나라를 탈출해 위(魏)나라 문후의 현명함을 듣고 찾아간다.

문후는 이극(李克)에게 오기의 사람됨을 물었다. 이극이 대답하기를 “오기는 탐욕스럽고 여색을 밝히지만 병사를 다루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탁월합니다.” 문후는 오기를 장군으로 발탁하여 진(秦)나라와 싸워 성 다섯 개를 함락 시켰다. 호기는 말단 병사와 똑같이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잠자리까지도 함께했다. 한번은 등창이 발병하여 고통스런 병사가 있었다. 그 병사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병을 치료했다.

병사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 소리 내어 울자 주위 사람들이 장군이 병사를 그토록 생각하는데 왜 우느냐고 물었다. “예전에 오공께서 우리 남편의 종기 고름을 빨아 준적이 있소. 그 일로 인해 남편은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우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소. 이제는 제 아들의 고름을 빨아 주었으니 언제 죽을지 모르겠소.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문후는 오기의 능력과 청렴함을 보고 서하 태수로 삼고 진(秦)나라와 한(韓)나라를 방어 하도록 했다. 문후가 죽고 무후가 즉위하였다. 서하 태수가 되자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때 위나라에 전문(田文)이 재상자리에 오르니 오기는 심기가 불편하였다. 그런 전문도 죽고 공숙이 재상이 되었는데 공숙과는 전에부터 사이가 좋지 못했다. 공숙의 계략으로 오기는 죄를 입을까 두려워 초(楚)나라로 도망간다.

초나라에서도 도왕(悼王)의 도움으로 재상이 되었다. 오기가 만든 법령이 확실하고 세밀하며, 관직을 많이 없애기도 하고 왕실과 먼 친척들의 벼슬자리의 봉록을 삭감하며 많이 없애버렸다. 소위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도왕이 뒤에서 밀어주어서 잘 행해지고, 병사들 또한 강해 남쪽의 백월을 평정하고 북쪽의 진과 채를 정벌하여 병합하였으며 한과 위를 물리치고 서쪽으로는 진나라까지 쳤다.

각국의 제후들은 초나라가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듯이 초나라 내에 왕족들은 오기를 시기하여 잡아서 죽일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얼마안가 도왕이 죽는데, 오기도 지은 죄가 있어서 함께 죽을 것으로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오기의 행적을 보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죽을 오기가 아니었다. 죽을 것을 각오한 오기는 밖으로 도망 칠 수 없음을 알자 죽은 임금의 시신 옆에 도망하여 엎드렸다.

화가 난 무리들은 오기에게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쏘아댔다. 오기는 화살을 고슴도치처럼 맞아 죽었지만 도왕 에게도 화살이 꽂혔다. 도왕의 장례식을 모두 마치고 태자 숙이 즉위하자 영윤(令尹)에게 명령하여 왕의 시신에 화살을 쏜 자 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왕이 맞은 화살이 누가 쏜 화살인지 분간할 수가 없어 오기에게 화살을 쏜 자를 모두 잡아들이니 죽은 자가 칠십여 집안이었다. 오기는 끝까지 이름처럼 오기를 부려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만들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에서 오기는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어서 목숨을 잃었으니 슬픈 일이라고 기록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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