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4월의 첫날. 매서운 바람이 봄을 시샘하듯 강하게 불고 있다. 남쪽의 다른 지역은 3월 중순쯤 마른 덤불 사이로 노루 한 마리 피어오른다. 야생화 애호가는 산으로, 해안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꽃은 남쪽 제주에서부터 평안북도 함남까지 야생한다. 각지의 숲에서 자라고 낙엽수림 아래 부식질이 많고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키는 그리 크지 않고 높이가 10센티 정도다. 잎은 길이 5cm 정도로 뿌리에서 돋고 긴 엽병이 있어 사방으로 퍼지며 심장형이고 가장자리가 3개로 갈라지며 밋밋하다. 이른 봄 잎이 나올 때 말려서 나오며 뒷면에 털이 돋은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와 같다. 꽃은 3-4월에 아직 잎이 나오기 전에 피며 지름 1.5cm 정도로 백색 또는 연한 분홍색이다. 화경은 길이 6-12cm로 긴 털이 있으며 끝에 1개의 꽃이 위를 향해 핀다.

총포는 3개이고 달걀모양이며 길이 8mm, 폭 4mm로 녹색이고 백색털이 밀생한다. 꽃받침조각은 6-8개이고 긴 타원형이며 꽃잎 같다. 꽃잎은 없고 수술과 암술은 많으며 황색이고 씨방에 털이 있다. 뿌리는 근경이 비스듬히 자라고 많은 마디에서 잔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번식은 실생법과 포기나누기가 있다. 포기나누기는 근주에서 나누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실생법에 비해 불리하다.

5-6월경에 채취한 종자를 부엽토가 두껍게 쌓인 파종상에 곧바로 파종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한다. 발아한 어린 묘는 보통 3년 정도 재배하면 개화가 가능하고 작은 정원의 지피식물로 생산하여 공급하고자 할 때는 포트묘로 생산하는 것이 좋다. 고가품으로 생산하기 위해 분화용 소재로서 생산하는 것도 좋다. 화분에 심을 때에는 비교적 작은 분이 좋은데 직경이 10㎝크기 정도면 적당하다.

꽃이 아름답고 개화 시기가 매우 빠른(서울지방 3월초) 식물이어서 대규모의 남획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보호조치가 필요하며 번식이 용이한 식물이므로 대량으로 번식하여 경제적으로 이용하고 자생지외 보존을 실시하고 있다. 유사 종으로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노루귀와 섬노루귀에 비해 작고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오는 새끼노루귀는 제주도에서 자생한다.

이 속의 식물은 카멜레온처럼 자기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 내륙지방에서는 자생지에 따라 꽃의 색을 달리한다.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같이 척박한 지방에서는 식물 개체가 작게 변형된 새끼노루귀로, 울릉도와 같이 부식질이 풍부하고 연중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개체가 크고 상록성인 섬노루귀로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다른 식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체가 작은 노루귀는 꽃대가 높이 나와 다른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에 종자를 최대한 전파시켜 번식한다. 꽃말은 믿음과 신뢰 또는 인내이다. 믿음과 인내로 이 봄을 시작해봄이 좋을듯하다. <출처 : 산림청 국립수목원>

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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