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유신하면 5~60대 사람들은 우리나라 1972년 11월 21일에 유신헌법을 국민투표로 확정하여 발표한 10월 유신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유신(維新)이란 말의 뜻을 우리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에 해당하는 《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文王)편 에서 처음으로 보이고, 나중에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대학(大學)》 <신민(新民)장> 에서 시경의 말을 인용하여 “주(周)나라가 비록 옛 나라이나 그 명이 새롭다”에서 쓰이므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시경 대아 문왕편은 문왕의 덕을 찬양하고 추모하는 시로서 7장으로 되어 있다. 번역하면 ‘문왕이 위에 계시니 아아, 하늘이 빛나도다. (周雖舊邦 其命維新)주나라가 비록 옛 나라이나 그 명이 새롭도다. 주나라가 빛나지 않으리오. 상제의 명이 때가 아니리오. 문왕이 오르내리시며 상제의 좌우에 계시도다’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유신이란 말은 주나라가 비록 오랜 나라이나 그 명이 새롭다고 하는 구절에서 혁신(革新)의 뜻보다도 더 강하게 나와 있다.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근본적인 개혁(改革)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유신이란 단어는 혁명이 아닌 자체의 발전적인 과감한 개혁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유신이란 용어가 일반적으로는 위로부터 개혁을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심지어 유신이란 키워드는 문호개방을 정당화하는데 쓰이기도 했다. 가령 서양식 의복의 도입은 옛날 고대의 복장이 낡았는데 서양식 의복이 지금 그 성질에 부합해서 서양식의복을 도입하는 것을 유신한다고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유신하면 박정희에 의한 10월 유신을,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을 가리킨다. 1972년 당시 10월 유신을 정당화 하려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동요를 소개한다. 1부터 기억하기 좋게 하려고 10까지 넣어서 가사를 만들었으므로 잊혀 지지 않는다. ‘일하시는 대통령, 이 나라의 지도자, 삼일정신 받들어, 사랑하는 겨레위해, 오일육 이룩하니, 육대주에 빛나고, 칠십 년대 번영은, 팔도강산 뻗쳤네, 구국의 새 역사는, 시월 유신 정신으로.’

그 외에도 반공과 새마을 운동,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찬양이 사실상 공교육이었다. 물론 취지는 좋았을지 모른다. 이 안에는 우리 대한민국을 평화적인 통일과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말도 담아져 있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위한 헌법을 유신이란 미명(美名)하에 만들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국회 해산권,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법관임명권,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내릴 수 있는 긴급조치권, 유정회 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 1/3을 임명할 수 있는 국회의원 임명권, 그리고 대통령은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기관(통일주체국민회의) 에서 간접 선거로 당선 시켰던 것이다.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없애고 임기는 6년으로 하여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5·16 군사정변을 당시에는 군사혁명으로 배웠다. 1972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제3공화국이라는 유신헌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는 이렇게 새롭게 혁신한다는 좋은 의미의 ‘유신’이라는 고사를 독재로 억압하는데도 사용하는 것을 보니 말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이해를 달리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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