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집 앞에 벚나무 한그루가 있다. 딱 한그루지만 이 친구가 나의 봄을 화사하게 피운다. 반가운 인사를 다 하기도 전에 비가 내린다. 올해도 참 좋다는 마음을 다 전하기도 전에 꽃잎들이 빗길을 덮었다. 고개 치켜들고 쳐다봐야 제 격인 벚꽃을 짓밟고 걸어간다. 미안하다. 하지만 밟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길이다. 미안하다. 곰곰 생각하면 미안할 것 까지는 없다. 피면 언젠가 시들 운명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가야할,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그래도 밟히는 밟히는 꽃잎이 분수를 모르는 인간을 동정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착잡하다. 11일은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지난 100년간의 우리 역사를 생각한다. 기록이 없는 먼 옛날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는 정립되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누구는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라 하고 누구는 아니라고 하는가. 거기에도 ‘계파’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가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있는 모습이다. ‘착잡’을 넘어 우울해진다.

역사가에 의한 역사는 없고 정권에 따라 다른 역사만 존재한다. 정권에 따라 역사 교과서를 바꾼 것이 그 증거다. 기록이 없거나 오랜 세월 이전의 역사는 그렇다 치자. 불과 100년의 역사조차 정립하지 못하다니…. 안타까움을 넘어 분통이 터진다. 그 원인부터 차근차근 분석해 정확한 역사를 써내려야 한다. 나라의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써 내리기 위해서다.

이승만 정권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친일 인사의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치안 까지도 친일 경찰 출신에게 맡겼다. 친일 사가(史家)는 물론 그가 배우고 쓴 역사가 정리될 리 없다. 아직도 친일 사관의 역사학자들이 쓴 역사 정리는 미루고만 있다. 정당하지 못한 정권을 정당한 것으로 기록하는 것은 왜곡이다. 왜곡이 필요한 정권에게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를 기대한 과거가 부끄럽다.

문재인 정권 들어 국가의 수립일이 언제인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일을 1919년 임정수립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란이다. 쉽게 결론이 날 사안은 아니다. 둘 다 주장의 근거는 명백하다. 국민들은 나라의 자존심과 국민의 자긍심을 세울 수 있는 역사를 원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따라 정하면 된다. 어정쩡하게 넘어가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책임이다. 이전의 정권들과 같은 행태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임정 수립과 동시에 태어났다.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임정수립을 건국기념일로 하길 원하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 실패한 이승만 정부가 들어선 날보다 국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나라 사랑도 깊어질 것은 물론이다. 건국기념일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다.

때맞춰 김원봉이 독립유공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원봉은 광복군 부사령관, 임시정부 군무부장이었다. 그러나 48년부터는 북한 고위 관리로 활동했다. 국가검열상과 공산당 중앙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까지의 기록이 있다. 이런 김원봉이 독립유공자인가 아닌가는 중대한 역사다. 그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말이 맺어질지 궁금하다. 복잡하게 따지면 결말은 한없이 늦어질 것이 뻔하다.

임정수립을 독립기념일로 하면 김원봉은 독립유공자다. 그 후의 행보는 따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48년을 독립기념일로 하면 김원봉은 유공자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 정권 수립 유공자다. 한 사람의 역사적 평가도 이렇듯 역사의 정립이 좌우한다. 역사바로세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前 전남매일신문 기자

前 중앙일보 기자

前 무등일보 경제부장

前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前 광남일보 논설위원

前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前 남도일보 편집국장

前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前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前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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