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의 광고 카피 ‘아름다운 사람들’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색동 로고 또한 더 없이 매력적이지요. 저는 그것을 볼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우리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끝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색동 날개가 꺾였습니다. 금호그룹의 쇠락 소식에 가슴앓이를 하지 않는 호남인은 없을 것입니다.

광주택시로 시작, 광주여객과 광주고속을 거친 금호고속은 호남인의 발이었습니다. 그지없이 친근한 지역 기업이었지요. 창업자인 박인천 회장은 광주 상공인들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지역 경제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신 것입니다. 2대 박성용 회장은 금호 문화재단을 설립, 호남 문화의 자양분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습니다. 박정구 3대 회장은 광주 청년들의 ‘형님’ 역할을 톡톡히 하셨습니다. 버스 수리와 차표 팔기까지 경험한 때문인지 서민 냄새가 나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호남은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이 된 금호그룹을 정말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창업자이신 박인천 회장의 뒤를 이은 아들들은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아름다운 전통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람들’ 금호아시아나는 현 박삼구 회장이 아우인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에게 물려주길 거부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갔습니다. 결국 형제는 남이 되고 말았지요. 그래도 호남은 금호그룹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대우 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는 큰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회사들을 되팔지 않으면 안 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는 안타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최근 수년간 덜컹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아 걱정이 컸습니다. 결국 아시아나를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니 실망이 큽니다. 호남이 또다시 재벌그룹 하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한 박탈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호남을 경원시했던 보수 정권 시절 같으면 정권 탓이라도 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니 속이 상합니다. 임직원 가운데 호남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금호그룹에는 영광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인천 회장께서 영광에 머물면서 백학리 이선정 여사와 결혼했기 때문입니다. 이원태 아시아나 부회장, 서구 고문 등이 대표적입니다. 재광 영광 향우회의 기둥인 이형만 회장도 오랫동안 재직하셨지요. 금호그룹에서 일한 영광 사람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광은 금호그룹이 중견기업으로 후퇴한 소식이 서럽기조차 합니다. 누구 탓도 할 수 없으니 한동안 가슴앓이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아시아나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SK와 한화 등 많은 재벌그룹이 달려든다는 소식입니다. ‘힘없는 호남’ ‘가난한 호남’이 새삼 아프게 다가옵니다. 금호의 뒤를 이은 호남 재벌그룹이 있다면 아시아나가 다시 호남의 품에 안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이제 아시아나는 영원히 호남의 품을 떠날 운명인 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빨간 줄무늬에 거북이가 그려진 버스를 추억하며 금호그룹이 다시 전국적인 재벌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할 수밖에요.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前 전남매일신문 기자

前 중앙일보 기자

前 무등일보 경제부장

前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前 광남일보 논설위원

前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前 남도일보 편집국장

前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前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前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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