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전쟁이 사라지는가 싶었더니 통일을 했던 진시황이 죽고 나서 진나라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중국 최초의 민중봉기 라고 하는 진승의 난을 계기로 군웅이 할거한다. 초나라 출신의 항우(項羽)와 패현 출신의 유방(劉邦)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각축을 벌인다. 진나라 함양을 먼저 입성한 사람은 유방이었다.

함양궁에 입성한 유방은 금은보화와 미녀들을 보는 순간 마음이 해이해졌으나 동서(同壻)되는 번쾌와 참모들의 설득으로 민심수습에만 열을 올렸다. 그러나 뒤에 들어온 항우에게 함양궁을 양보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젊은 패기와 강한 세력만을 믿고 모든 일을 손쉽게 처리하려고하는 항우는 유방이 백성의 민심을 사기위해 손대지 않았던 진나라 궁전을 불사르고, 항복한 진시황의 손자 자영을 끌어내 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진시황이 사후세계를 위하여 조성했던 아방궁에도 불을 놓으니 석 달 간이나 탔다고 한다. 함양성내 제법 쓸 만한 집들은 모두 불살랐다. 참으로 잔인한 점령군이었다. 거기에는 항우의 사적인 복수심도 있었다. 대대로 무관집안으로 내려오는 명문가인 항우의 조부가 당대 명장으로 불리는 항연 인데 바로 진시황에 의해서 죽었으므로 자기에게는 원수였던 것이다. 그 후 진나라 창고에 쌓인 금은보화와 어여쁜 궁녀들을 데리고 모조리 함께 폐허가 된 항양궁을 떠나 동쪽으로 떠나려고 하였다.

이 때 한생이란 부하가 항우에게 간청한다. “이곳 함양궁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있고 땅도 비옥하여 도읍으로 사용한다면 천하를 휘어잡고 호령하기에 충분 합니다.” 죽음을 각오한 간언이었다. 그러나 항우의 눈에 함양성은 이미 망하여 불타버린 궁전에 불과했다. 거기에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사람들에게 자기의 성공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으로만 가득 차있었다.

항우는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귀를 이루고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그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한생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자기의 간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초나라 사람은 원숭이로서 겨우 관을 썼을 뿐이라는 말이 있는데, 틀림이 없구나”하고 원숭이에 비유하여 성질이 난폭하고 광조하므로 큰일을 도모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하였다.

이 말은 금방 항우의 귀에 들어갔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항우는 한생을 당장 불러다가 끓는 기름 가마에 밀어 넣어 팽살(烹殺)했다. 항우가 얼마나 단순하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일만 보더라도 천자로서 함량이 부족했던 것이 나타난다. 스물네 살에 맨주먹으로 일어나 3년 만에 천하 패권을 잡았으니 고향으로 돌아가 자랑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성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항우를 관중에 머물지 말고 동쪽을 떠나 보내기위해 유방의 참모였던 장량이 어린 아이들을 통하여 동요로 부르게 해 항우의 귀에 들어가 흐름이 그런 것 같이 믿도록 흔들었다는 설도 있다. 항우는 이 일로 인하여 유방에게 패해 죽고 만다. 여기에서 밤에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금의환향’ 이란 말이 나왔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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