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기인우천(杞人憂天)’이란 중국 고사가 있다. 줄여서 ‘기우(杞憂)’라고도 하는데 기(杞) 나라에 한 노인이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숨을까 하며 걱정했다는 해학적인 고사다. 비슷한 서양 이야기가 ‘램프 증후군’이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을 걱정 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른 말로 ‘과잉 근심’이라고도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라딘 요술램프>는 중동의 민화로 구성된 설화집 《천일 야화》에 실린 이야기다. 어떤 마법사가 알라딘을 꾀어 동굴 속에 있는 낡은 램프를 가져 오라고 시킨다. 알라딘이 이 말을 듣고 램프를 손에 넣고 마법사에게 동굴 속에서 꺼내 달라고 하자, 마법사는 램프를 먼저 주면 꺼내준다고 서로 우긴다. 알라딘은 이를 거부하고 마법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동굴 속에 갇혀 버린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마법사가 위험한 상황에 쓰라고 준 반지를 이용해 동굴을 빠져 나오는데 성공한다. 집으로 돌아온 알라딘은 낡은 램프를 어머니에게 맡긴다. 어머니가 램프를 깨끗이 닦아내자 소원을 들어준다는 요정이 나타나고, 이 요정 덕택으로 공주와 결혼 까지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램프 증후군은 현대 시대에는 알라딘이 램프의 요정을 불러내듯 근심, 걱정을 스스로 불러 괴로운 상황을 만드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 시대는 이렇게 대중의 불안한 심리와 막연한 불안함을 오히려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공포 마케팅으로 대표되는 것은 금연의 해로움, 안전벨트 착용의 의무화, 음주사고의 폐해 등과 같은 공익광고로 많이 활용한다.

담배 광고의 경우도 해악을 강조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으로 인한 후두암이나 폐암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거부감을 주기 위한 효과도 있다. 온라인 동영상 공급업체나 학원가에서도 ‘이 수업을 듣지 않으면 뒤 처진다’ 거나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와 같은 충격적인 문구로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금융권에서도 공포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독거노인의 고독 사를 강조하며 노후 대비를 소홀히 해 가난과 초라함을 보여줌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시켜 보험 상품을 권유한다.

현대사회의 핵가족화와 고령사회는 현대 문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가족 구성원의 보호나 공동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충격과 불안 공포를 개개인이 스스로 감수해야 하는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매체나 뉴스를 통해 우리는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를 접한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 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었을 때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불안은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공동체 연대가 느슨해진 탓도 한 목 한다. 서로 기댈 곳이 없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지며, 이제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한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불안을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여키스-도슨(Yerkes-Dodson)법칙'에 따르면 불안함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각성이 높아져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폭제 역할을 할 때도 있다고 한다.

항상 문제는 과도할 때 생긴다. 불안이 엄습해오면 사소한 일에까지도 불안을 느껴 일상생활에 까지도 지장을 주기도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걱정에 사로 잡혀 현실을 그르치는 바보 같은 일을 초래한다. 불안이 만연된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이 쉽게 삶의 평안을 얻기 힘들고 정신적인 안정도 영위하기가 어렵다.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불러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게 된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걱정을 쾌도난마처럼 잘라 내야한다. 심리학 통계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것들이고, 22%는 사소해서 걱정을 안 해도 될 것들이고, 4%는 우리가 걱정을 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작 걱정을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고작 4%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그러므로 우리는 빠른 판단을 내려 과연 걱정을 해서 해결 될 것인지 아닌지 문제의 근원을 분석해서 대처해야 한다. 96%에 해당하는 걱정은 아무리 걱정을 해도 해결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일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매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아무래도 괜찮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램프 증후군'을 이겨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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