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년 전. 1989년 6월 5일 초저녁. 저는 중국 베이징(북경)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마중 나온 안내인으로부터 천안문 사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날 천안문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향해 탱크가 돌진해 학생들이 죽거나 다쳤다는 것입니다. 중국 학생들의 용감한 투쟁 소식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동병상린이었지요. 빨리 현장으로 가자고 재촉 했습니다.

위험해서 갈 수 없다는 데도 막무가내 졸랐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깜깜했습니다. 비상사태에 돌입한 중국 군인들의 검문을 받아가며 천안문 까지 가는 동안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안내인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말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천안문 광장은 상상과는 정반대의 분위기 이었습니다.

그 넓은 천안문 광장은 학생들의 ‘해방구’였습니다. 학생들은 수많은 텐트에 불을 밝히고 천안문의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탱크를 막아 선 학생을 깔아뭉갠 만행의 현장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군인들의 철수를 자신들의 승리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의 기자임을 밝히고 대화를 청하자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제가 묻기도 전에 저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전두환이란 군인에 의해 통치됐던 역사를 궁금해 했습니다. 서로 친밀감을 갖고 묻고 답하며 한참을 보내는 동안에도 안내인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외곽에서 군인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며 언제 총질을 해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아직 마흔이 못 된 탓인지, 80년 5월을 온몸으로 겪은 탓인지 두려운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현장에서 그 주인공들과 함께 있는 상황을 즐긴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안내인으로부터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중국을 떠나야하니 호텔에서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호텔 로비에 각국 여행자들에게 알리는 메시지들이 저를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오후에 군용기로 출국시킬 계획이니 기다리라”였습니다. 일본인들에게는 “안전하게 출국할 방안을 찾을 것이니 밖에 나가지 말고 가급적 한데 모여 있으라”고 했습니다.

한국인의 목숨을 염려하는 메시는 없었습니다. 공식 수교 이전이니 대사관이고 뭐고 저의 생명을 챙겨줄 기관이나 개인이 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귀국 후 들으니 당시 안기부에서 하루 세 번씩이나 저에게서 연락이 없었느냐 묻는 전화가 왔답니다. 조금은 위안이 되더군요. 사람 가치도 국적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모두 값나가는 나라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前 전남매일신문 기자

前 중앙일보 기자

前 무등일보 경제부장

前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前 광남일보 논설위원

前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前 남도일보 편집국장

前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前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前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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