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령 영상성지고등학교 교사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어제도 오늘도 나는 너로 인해 이 자리에 있다.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어느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는 봄이다. 봄은 봄만도 향기로운데 아이들을 보면 참 향기롭고 싱그럽다. 오늘도 교정은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봄날 푸른 잔디 빛보다 청명하고 아이들의 표정은 따스한 봄 햇살보다 눈부시다.

옆 동네 성지송학중학교에서 이제는 우리 집이 된 영산성지고등학교로 거처를 옮긴 지 벌써(?) 2년째다. 처음엔 아이들의 말소리와 몸짓들이 익숙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목청은 우렁찼고 듣던 것보다 몸짓은 컸다. 하지만 누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제 아이들의 목소리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아이들의 몸짓은 나비의 날갯짓마냥 우아하다.

아이들이 나에게 적응해 준건지 내가 아이들에게 적응한 건지 정확하지 않고 그 선후 관계가 중요하지는 않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는 이 곳 영산성지에서 참으로 행복하다. 학교가 감옥 같다며 얼른 졸업하고 싶다던 고3 언니와 오빠들도 졸업 후 하루가 멀다며 학교를 찾아온다. 학교만한 곳이 없다며 학교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말도 전한다.

지금 그대가 알고 있는 그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그 아쉬움보다 찾아와줘서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더 크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이지만 사감선생님이 계시지 않아서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한 집에 같이 산다. 그래서 우리는 더 애틋하고 정겹다. 아침, 점심, 저녁을 늘 함께 하는 우리는 식구다.

아이들은 여전히 하루에도 내 마음을 몇 번씩 들었다 놨다 하지만 여전히 잠을 청하려 누우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내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 하는 사랑스러운 이들이다. 밉다가도 보고 싶고 욱! 했다가도 미소 짓게 된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교학상장의 참 의미를 늘 마음에 되새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나를 기른다. 우리는 함께 자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제는 아주 식상한 표현이 되었지만 그 말을 곱씹어 보면 가장 적합하게 우리 아이들의 상황과 미래를 표현해 준 글귀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지금은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리지만 그들은 언젠가 이 세상 어떤 꽃보다 향기롭고 탐스럽게 피어나리라.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다림과 인내로 인해 피어나는 꽃이다. 때론 휘어지기도 꺾이기도 비바람에 젖기도 하지만 훗날 내 품 안 가득 피어날…. 귀한 꽃망울이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 어느 곳에 뿌려지든 귀한 사람으로 쓰이길 매일 밤 기도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지식이든 사랑이든 무한히 주러 이 곳에 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받음이 더 많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나는 묵묵히 그들 뒤에 지금처럼 머무르리라. 아직 밤바람이 차다. 우리 아이들 이불을 다시 덮어줘야겠다.

김효령 영상성지고등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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