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화근이 될 만한 것들을 제거하여 재앙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 한(漢)나라 때 이야기다. 선제(宣帝) 때 곽광(霍光)의 딸이 황후가 되자 곽(霍)씨 일가는 황후의 배경을 믿고 사치스럽게 살았다. 이 광경을 보고 무릉에 사는 서복(徐福)이 “곽씨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사치하면 불손하게 되고, 불손하면 황제를 가볍게 보게 되는데, 황제를 얕보는 것은 도(道)를 거스르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상소를 올렸다.

“곽씨가 지나치게 번성하니 폐하께서 그들을 총애하신다면 때때로 억제하셔서 망하는데 까지 이르지 말게 하시옵소서.” 서복은 이런 비슷한 글을 세 번이나 올렸으나 황제는 못 본 척하고 그냥 넘어 갔다. 그 뒤 곽광이 죽고 3년이 되던 해에 곽씨 일가는 모반을 꾀하다가 선제에게 몰살당하였다. 이 일에 공을 세웠던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을 받았으나, 선제에게 글을 세 번이나 올렸던 서복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 광경을 보고 어떤 이가 서복을 위하여 선제에게 글을 올렸다. “신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나그네가 어떤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집에 굴뚝이 똑바로 서있고 옆에 땔 나무가 쌓여있는 것을 보고 주인에게 권하기를 굴뚝을 구부리고 땔감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날수 있다고 경고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집에 과연 불이 났는데, 다행스럽게도 이웃사람들이 함께 도와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고마워서 소를 잡고 많은 술을 내어 이웃사람들을 불러 고마움을 표했는데, 불을 끄는 과정에서 많이 다친 사람들을 상석에 모시고 그 공에 따라 대접 하였습니다. 그러나 굴뚝을 구부리고 땔감을 옮기라고 말했던 사람은 초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집주인에게 말하기를, 만약 그때 당신이 그 사람의 말을 들었더라면 소나 술을 쓸 필요도 없었고 불이 날일도 없었을 것이요.

지금 공을 논하여 손님을 초대 했는데,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한사람에게는 혜택이 가지 못하고, 머리가 그을리고 이마가 덴 사람만 상객이 되었구려.’ 주인이 그제야 알아차리고 그 손님을 불렀습니다. 지금 무릉의 서복은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곽씨가 장차 반란을 일으킬 것이니 미연에 막아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그때 서복의 상소가 받아드려졌다면 나라는 땅을 나누어 작위를 내려줄 비용이 들지 않았을 것이며, 신하가 역모하여 멸족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일을 다 접어두더라도 서복만이 상을 받지 못했으니 폐하께서는 이를 살펴보시고 굴뚝을 구부리고 땔감을 옮기라고 한 계책을 귀중하게 생각하시어, 머리를 그을리고 이마를 댄 사람보다 귀하게 여기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듣고 황제는 옳다고 여겨 서복을 불러 비단 10필을 하사하고 더불어 낭관(郎官)에 임명하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안전을 외치면서도 안전 불감증을 잘 고치지 못한다. 막상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수습하는데 드는 비용이 미연에 방지 하는 것과는 비교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알면서도 예방에 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적인 약점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예방을 누가 가르쳐주면 신중하게 생각하여 예방이 최고의 가치 있는 투자임을 알아야 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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