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4호기의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에서 150㎝가 넘는 공극(구멍)이 발견됐다. 유사시 원전의 최후방벽 역할을 해야 하는 격납건물의 내부 공사 및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는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조사 결과 최대 깊이 157㎝에 달하는 공극이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공극의 위치는 돔 형태인 격납건물의 벽면 부분에 있는 주증기배관이 지나는 곳 바로 아래다. 격납건물 벽은 보통 두께가 120㎝지만 증기발생기에서 터빈발전기로 증기를 공급하는 두꺼운 배관인 주증기배관이 관통하는 부분은 구조물 건전성을 위해 167.6㎝ 두께이다.

이 벽 내부가 구멍이 나 불과 10㎝만 남기고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한빛 4호기에서는 2017년 11월 격납건물 매설판 보강재 하부에서 공극이 발견됐고, 민관합동조사단이 콘크리트 벽 내부를 감싸는 격납건물 내부철판(CLP)을 잘라가며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3일에는 주증기배관 아래에서 90㎝ 깊이의 공극이 발견됐으며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특별점검 지시로 한수원이 공극 주변을 추가 점검한 결과 최대 깊이가 157㎝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건물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원자로를 지키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물질이 밖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최후방벽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한빛 4호기 격납건물에서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공극이 총 102곳 발견돼 부실공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수원은 건설 당시 콘크리트 다짐 불량으로 주증기배관 아래쪽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구멍이 생겼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빛 4호기는 1989~1995년에 건설됐으며, 격납건물 건설은 당시 현대건설이 맡았다.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3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던 심각한 부실공사 흔적이 이제 드러난 것이다.

설계가 같은 한빛 3호기에서도 점검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격납건물에서 공극 98곳이 발견됐다.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 착수 뒤 공극이 발견돼 지금까지 가동이 정지된 상태이며 한빛 3호기도 지난해 5월 이후 멈춘 상태다.

한수원은 다음달까지 구조물 건전성을 평가하고 보수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역에서는 부실시공이 명백해진 만큼 원인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건설 당시부터 제기됐던 부실시공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정부가 나서서 공극 발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만약의 경우 영광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된다면 편서풍 지대에 있는 한반도 특성상 전국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빛 4호기의 쌍둥이 원전인 한빛 3호기는 지난 6월18일 이뤄진 ‘종합 누설률 시험’(ILRT)에서 실패했다. 종합 누설률 시험이란 사고 상황을 가정하고 강한 압력을 24시간 동안 격납건물 안에 불어넣어 공기가 바깥으로 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당시 압력이 유지되지 않아 확인해본 결과 격납건물 관통부 5곳에서 누설이 확인됐다. 현재 보수 중이며, 보수 완료 뒤 한수원은 누설률 시험을 재개할 예정이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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