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안평중 영(嬰)은 춘추 말기 공자(孔子)와 동시대로 제나라 대부였다. 키가 5척이며 왜소한 몸에도 외교 수완이 누구보다도 훌륭했다. 영공, 장공, 경공까지 삼대를 섬겼으며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제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든 최고의 제상이었다. 안영은 2인자임에도 밥상에 고기반찬이 두 가지 이상 올라오지 않았으며, 첩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하였다.

하루는 제나라 경공이 술을 마실 때 전무우가 함께 있었다. 전무우는 안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경공에게 말하기를 “안영에게 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경공은 무슨 소리냐고 전무우를 돌아보자 전무우는 “안영은 수상으로서 비단옷을 입지 않고 질이 낮은 여우가죽 옷을 입었으며 보잘것없는 마차에다, 하등마로 줄을 메어 조정에 온 까닭은 주상의 후한 하사를 숨기려는 뜻입니다.”

경공은 전무우의 이야기를 듣고 그도 그럴 듯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술시중 들던 사람이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안영에게 올렸다. “주상께서 대감에게 벌주를 내리라는 명이 계셨습니다.” “왜 그러신 다던가?” 옆에 있던 전무우가 대신 설명했다. “주상께서 대감에게 경의 지위를 내려 신분을 높이셨고 백만금을 내어 가정을 부유하게 하였습니다. 지금 대감은 최고의 관직에 계시며 최고의 녹봉을 받고 계신데도, 비단옷을 입지 아니하고 수준 낮은 갖옷을 입었으며, 하등마가 끄는 초라한 수레를 타고 조정에 출입 하십니다. 이는 주상이 내려주심을 숨기는 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벌주를 내리시는 것입니다.”

안영은 옷깃을 바로잡고 자리를 고쳐 앉으며 술잔을 받아 들었다. “주상께서 경의 지위를 내려 신분을 높여 주셨으나 저는 감히 저 한 몸의 영광으로 여기지 않고 주상의 명령을 집행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백만금을 들여 내 가정을 부유하게 하여 주심을 저는 감히 부(富)를 누리기 위해 받아들인 것이 아니요. 주상의 내려주신 뜻을 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옛날 어진 임금은 많은 녹봉을 받고도 가까운 친지에게 나누어 주지 않으면 꾸중하셨고, 책임을 부여하여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문책 하셨습니다. 주상의 신하들은 곧 제가 받드는 부형들입니다. 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떠난다면 곧 이것은 저의 죄이며, 무기가 부족하고 전차가 완비되지 못하면 이도 저의 불찰입니다. 그러나 보잘것없고 초라한 수레에 하등마를 타고 조정을 출입하는 것이 저의 죄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 저는 주상께서 내려주신 것으로 본가에서는 누구나 수레를 타고 있으며, 외가에서는 의식이 부족한 사람이 없고, 처가에서는 춥고 배고픈 사람이 없어졌으며, 나라 안에 가난한 선비들이 수백 가구나 불을 땔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주상의 뜻을 감추었습니까? 아니면 드러낸 일입니까?”

이 말을 듣고 경공은 얼굴빛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과연 옳은 말이다. 나는 전무우에게 벌을 내리노라.” 중국이 역사서 《사기(史記)》를 집필한 사마천(司馬遷)은 “내가 만약 안영과 동시대를 살았다면 그의 마부가되어 채찍질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을 것” 이라고 안영을 추앙한바 있다. 후세사람들에게도 검소함의 본보기가 되었다. 안영은 혼자 잘살기보다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쓰며, 손수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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