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매미의 합창소리만큼 무더운 폭염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행복한 계절입니다.

영광 군서에 위치한 장애인들의 행복둥지인 보배로운 집이 둥지를 튼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갑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난방연료를 아끼기 위해 여기저기서 땔감을 구해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나무를 실은 용달차가 진흙과 씨름을 하다 견인서비스를

받기도 하고 새벽에 화목을 지피다 칼바람에 문짝이 바람과 함께 뜯겨 나뒹굴며 추위에 떨었던 기억들, 보배가족들과 바닷가에서 조개를 가득 캐고 오려는데 오래된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빠르게 들어오는 민물에 바닷물이 바퀴까지 잠겨 아내는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차를 포기하고 빠져나오려는 순간 겨우 시동이 걸려 목숨을 건진 일들이며, 눈비만 오면 온통 마당이 진흙투성이로 변해 청소하느라 다른 일을 포기해야 했던 일들, 유난히도 강하게 부는 태풍으로 옥상에 걸려있는 간판이 어찌나 무섭게 팔랑이는지 금방이라도 건물을 집어 삼킬듯하더니 순간 기둥이 힘없이 뽑혀 부러지다 결국 간판까지 찢어져 공포에 떨어야 했던 일, 태풍으로 옆 창고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지붕이 들썩거려 선생님들이 모두 비바람을 맞으며 밧줄로 한참을 고정시킨 후 온 몸이 비와 땀으로 뒤범벅이 된 후에야 한 숨을 돌렸던 기억 등 많은 일들이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들이었지만 그 만큼 보배로운 집을 성숙하게 하는 나이테가 되었기에 미소로 화답하게 됩니다.

처음 5명이서 둥지를 틀기 시작해서 지금은 20명의 보배 가족들과 9명의 선생님들이 생활하는 대가족이 되었답니다.

이제는 가족들의 눈빛만 봐도 무얼 원하는지, 기분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으며 거듭되는 교육과 재활을 통해 사회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 입니다. 늦은 나이에도 8명의 학생이 만학으로 배움에 정진하며 2명의 가족은 광주에 위치한 보호작업장으로 버스를 타며 사회생활을 한답니다.

또 한 명은 2년간의 자립지원을 거쳐 광주에서 스스로 자립에 정착하여 생활하고 있으며 다른 한 명은 맞춤형 일자리사업으로 영광교육지원청에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며 멋진 꿈을 이뤄가고 가고 있답니다.

보배가족들은 매주 자치회의를 통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일궈나가며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며 다수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법들에 어느덧 익숙해져 갑니다.

보배가족과 보호자 그리고 운영위원회와 인권지킴이단의 호흡, 또한 직원들의 섬김이 어우러져 최상의 보배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듯합니다.

물론 좌충우돌 많은 실수와 황당한 사건들이 줄을 이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훈련과 인내, 그리고 모험과 성장이 있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그리고 지역사회와 직원들의 응원이 이뤄낸 하모니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보배로운 집 가족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는 보배를 발견하며 그리고 늘 서로 인격을 존중하며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화답하겠습니다.

조윤지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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