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작은 은혜라도 잊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 위(魏)나라에 범수(范睡)라는 사람이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출중했으나 돈이 없어 큰 벼슬을 하지 못하고 대부 수가(須賈)의 문객으로 있었다. 어느 날 수가를 따라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당시 제나라 양왕은 인재를 존중하고 인재를 구하려고 애쓰던 사람이었는데 범수와 대화를 해본 후 범수에게 큰 상을 내리며 범수를 칭찬했다.

별 소득도 없이 출사를 마치고 위나라로 돌아온 수가는 상국인 위제(魏齊)에게 시기(猜忌)하며 범수가 제양왕과 사적으로 교류했다고 고해 바쳤다. 그래서 하고자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모든 허물을 범수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확실한 전후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위제는 범수를 상제로 끌어가서 초죽음이 되도록 두들겨 패 갈비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자 측간 옆에 내버렸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있는 범수에게 술 취한 손님들이 나쁜 사람으로 간주하고 침을 뱉고 소변을 보았다. 장독(杖毒)으로 쓰러져 있는 범수에게는 소변이 오히려 약이 되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대청을 지키는 병졸이 측간에 왔을 때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을 하자, 가엽게 여겨 범수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위제에게는 죽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위제는 술에 취해 성 밖으로 갖다 버리라고 했다. 다음날 위제는 범수의 시체가 사라진 것을 보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 범수는 절친한 친구 정안평의 집에서 숨어 지내며 이름도 장록(張祿)으로 바꾸고, 전혀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면서 탈출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진소왕의 사신으로 온 왕계에게 범수를 소개했고 범수의 재능에 감복한 왕계는 비밀리에 범수를 데리고 대량을 빠져나와 진나라에 입성할 수 있었다.

진나라 소왕은 범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중용했으며, 범수의 계책을 채택하여 외척들을 몰아내고 친정체제로 바꿔 내실을 튼튼히 해서 원교근공정책을 세워 제후들을 하나씩 잠식하는 기틀을 마련해 나갔다. 그 후 범수는 재상이 되었고 진소왕 에게 드디어 위나라를 치도록 권했다. 당황한 위나라에서는 수가를 파견하여 화친을 도모하도록 협상하게 했다. 범수는 거지 차림으로 수가가 투숙한 여관을 찾아 갔다.

범수는 죽은 줄만 알았던 범수가 거지꼴로 살아있음을 보고 불쌍히 여겨 명주 솜옷 한 벌을 선물로 주었다. 다음날 수가는 진나라 재상을 만나러 갔다가 범수가 재상이라는 것을 알고 웃통을 벗고 꿇어앉아 사죄했다. 범수는 그 자리에서 수가에게 핀잔은 물론 각국의 사신들을 초치하여 성대한 연회를 베푸는 자리에서 수가의 죄상을 낱낱이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위나라 재상 위제의 목을 가져오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고 했다.

위제는 그 말을 전해 듣고 다른 나라를 전전하다 받아주는 곳이 없자 결국 자결하고 말았다. 범수는 옛날에 자기를 도와준 왕계를 소왕에게 천거하여 하동 태수가 되었고, 정안평은 장군이 되게 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재물을 자기가 힘들게 살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일일이 보답했다. 밥 한 그릇의 덕에도 보답했고 눈 한번 흘긴 원한도 반드시 갚았다.

우리는 살면서 남에게 신세를 질 때가 많다. 은혜를 입었으면 은혜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