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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재 칼럼] 우리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나고야의 바보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 승인 2019.09.05 00:57 |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노 아베, 일본 물건 안사고, 일본 안가기’가 국민 행동강령처럼 일반화됐다. 특히 이번 반일운동은 뉴미디어와 SNS를 선호하는 청소년과 젊은 층의 호응도가 커 확산도 빠르고 열기도 뜨겁다. 재치 있는 문구들이 쏟아지고 유튜브 플랫폼이 일인 미디어들의 반일 방송 영상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많은 사회단체들이 연대하는 촛불집회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반일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거의 시대 트랜드가 되다시피 한 이러한 반일 열기를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혐한을 비난하면서 우리 또한 혐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들은 일본 경제침략에는 강력히 대응해야겠지만 일본인을 미워하는 증오를 드러냈을 때, 일본 내 혐한 또한 부추기면서 양국 국민이 돌이킬 수 없고, 또 쉽게 회복될 수도 없는 갈등 대치 국면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미 그런 기미를 일부 보여주고 있기도 해 귀를 기울여야 할 주장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나고야의 바보들’이라는 다큐 영화를 봤다. 임용철 독립 PD가 한국의 근로정신대 소송을 일본 현지에서 지원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분투해 온 나고야 시민단체의 10여년 활동을 영상에 담은 기록영화다. 영화는 ‘나고야 시민소송단’ 대표 다카하시 마코토 씨의 발자취를 꾸밈없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전직 역사교사인 다카하시 대표는 우연찮은 기회에 동경 대지진 때 희생된 미쓰비시 노동자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다가 한국에 주소를 둔 어린 소녀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다카하시 대표는 한국을 오가며 소녀들의 가족들을 면담하고 미쓰비시 측에 남은 기록들을 줄기차게 들춰내면서 일제강점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미쓰비시의 전쟁물자 생산에 혹사당한 한국의 소녀들이 있었다는 흑 역사를 밝혀냈다.

다카하시 대표는 역사기록을 밝혀낸 것에만 멈추지 않았다. 그 후 10여 년 동안 미쓰비시 본사 앞 ‘금요집회’를 이끌며 근로정신대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쳐왔다. 어쩌면 다카하시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최근 근로정신대 배상 대법원 판결도 요원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나고야의 바보들’이라는 영화 제목은 하루 30여 장의 전단지도 배포하지 못할 정도로 냉담한 현지인들의 혐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인류애 차원에서 근로정신대 진상규명과 배상을 우직하게 촉구해 온 1천여 명 나고야 시민소송단의 행적을 상징화 한 표제다.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낙선이 빤한 부산 출마를 고집스레 반복해 온 ‘바보 노무현’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5·18이라는 명백한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을 두고도 정치세력과 지역적 입장에 따라 가치판단이 엇갈리는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나고야 시민소송단의 노력이 얼마나 각고의 시간들 이었음을 실감케 한다. 이런 고통의 기록 때문이었는지 다카하시 대표는 화면 속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마련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임용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지금 반일 운동이 한창이지만, 일본에도 우리가 결코 미워해선 안 되는 일본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고 호소했다. 감독의 말에 많은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가슴에 깊이 담아둬야 될 얘기로 다가선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前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前 광남일보 편집국장

前 전남매일 편집국장

前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前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前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2015-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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