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의 세상읽기] 수능→학종→다시 수능으로?

고광용 한국외대 외래교수

관련된 얘기는 맞지만, 조국 장관 인선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조국 장관의 딸의 대학입시 관련해서 상당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입시는 대한민국 사회의 역린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2019년 9월 18일,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특별전형과 수시를 전면 폐지하고 정시모집 100%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시모집, 즉 수능만이 공정하고, 논란 또한 없으며,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 한국사회가 이 놈의 수능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었는가? 심지어 전국은 고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중학생들까지 다들 야간자율학습, 입시학원, 과외에 시달려온 오래된 역사가 있다. 밤을 밝히며 다른 것 다 내던지고 인성이든 창의력이든 사람과 인재를 만드는 진정한 교육의 기본은 무너뜨리고 학생들의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시킨 이 수능이란 망령을 왜 부활시키려는 것인가? 110석을 가진 제1야당의 3선 국회의원이 내놓는 입시개혁안 치고 이렇게 단무지 일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미래,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일순간의 인기영합을 위해 백년지대계인 반성도 책임감도 양심도 미래도 없는 교육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는 걸까?

필자 또한 영광 정도 군 단위 시골에서 태어나 책이나 문제집 살 곳도 없는 동네에서 오직 수능만 공부해서 서울에 대학을 들어가고 대학원 박사과정 까지 마쳐 서울에서 연구소에 다니고, 대학에서 강사노릇까지 하고 있다. 또한 현재 공부를 직업으로 하는 연구자이자 대학에서 약 8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계약직 교육자 입장에서 얘기하면, 시험은 공정하지 않다. 시험이 비록 서열 매기기는 좋지만, 인성이 좋은 사람과 사고력·창의력 높은 인재를 만드는 교육 본연의 역할을 파괴하기 딱 좋다. 시험문제만 잘 푸는 사람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입신·출세·성공에만 눈먼 엘리트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으며 결여된 도덕성으로 권력을 갖게 될 경우 다수의 서민과 약자들을 지배·군림하거나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보면서 사교육 등 대학입시 경쟁 과열을 막고자 도입했던 학생종합전형(학종)은 고등학교별 입시지원 프로그램과 역량 그리고 부모의 인맥과 정보 접근성이 입시결과에 너무 크게 작용하는 데다 평가 또한 주관성이 강해 더 이상 공정하지 않은 시험제도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시 수능 100% 또한 더 이상 사람과 인재를 키우기보다 망치는 교육제도라서 마냥 받을 수도 없다. 극심한 경쟁과 서열 위주 교육 및 평가시스템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 서열화를 보다 강력히 규제하고 서울대 공화국의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게 우선적인 개혁이 되어야 한다. 정시 수능을 일부 확대하고 학종은 폐지해야겠지만, 교육의 목적은 결코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배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육과 평가는 다음이 강조되었으면 한다. 첫째, 칸트가 강조한 도덕성과 인격 양성, 즉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교육이다.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가져야 한다. 둘째, 루소가 강조한 자율적인 개인, 주체적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본인의 관심사를 주체적으로 잘 듣고, 읽는 학습을 통한 생각하는 힘 기르기, 본인의 생각을 잘 말하고, 쓰는 역량을 키우고 평가했으면 한다.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갖는 것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에 맞서려면 경계에 서있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한다. 서강대 최진석 교수님의 말씀을 소개한다. ‘창의적 인재란,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시대가 아파하는 것을 함께 아파하고,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수용하기보다 문제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즉, 창의적 인재란,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고 문제를 발견한 후 그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자다.

◇고광용(高光龍)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약력

생년월일 : 1984. 3. 5

◇학력

고창 매산초등학교 졸업

고창 대성중학교 졸업

전주 완산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사 및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행정학 박사수료

◇경력

現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現 한국행정학회 학술정보위원

前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