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서울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이번에는 광화문 광장이 아닌 서초동 검찰청 앞이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촛불의 열기는 지난 탄핵정국과 다를 바가 없다. 주최측은 10만을 예측했지만 100만 인파가 몰렸다. 100만은 박근혜 탄핵 집회 때 가장 많은 인파가 집결했을 때의 규모다.

이번 집회는 검찰개혁 촉구 7차 집회다. 지난 6차 집회 때 3만 5천이 모였다는데 7차 집회때 전국에서 모여든 100만 국민이 촛불을 켰다. 이 폭발적인 기세가 어디까지 확산돼 갈지는 아직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일주일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국민들이 검찰의 민낯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 자녀들의 특혜 혐의를 캐기 위해 검찰은 11시간 동안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11시간이면 집안의 숟가락 숫자까지 다 셌을 것이다. 집안의 모든 가재도구를 들어내는 포장 이사도 몇 시간이면 끝난다. 검찰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찾으려 했을까? 극한 범죄가 숱하게 많았지만 필자는 대한민국 검찰이 한 장소에서 11시간 압수수색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없다.

무자비하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검찰의 칼 빛이 섬뜩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 땅의 살아있는 권력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를 뼛속 깊이 확인했다. 국민이 선출한 공화국의 정권이 아닌 검찰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윤석열 검찰은 개혁이 아닌, 살아있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봉기한 것이다. 검찰 쿠데타라는 말이 이미 촛불 광장의 외침으로 등장했다. 총칼만 안 들었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국민이 만든 권력 위에 군림하려는 검란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가 그들에게 그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했단 말인가. 샘물을 달게 마시려면 샘을 판 사람의 노고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광화문 촛불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세웠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충고다.

쿠데타 세력은 본디 돌아갈 곳이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윤석열의 행보에서도 이미 그런 결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윤석열 검찰이 이룰 것이 무엇인가? 공화국의 권력은 국민의 투표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고작 적폐가 하늘 닿게 쌓인 검찰 권력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인가?

28일 서초동에 밝혀진 촛불의 물결을 보라. 박근혜를 퇴진시킨 그 촛불의 재현을. 조국이 물러난다고 어디 검찰 기득권이 지켜질 상황인가를 두 눈 똑똑히 뜨고 확인해보라. 가당찮은 욕심이다. 자유한국당에게도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삭발은 민주화 투쟁의 고난의 상징이다. 독재세력의 후예인 자한당 의원들의 삭발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민주투사들의 삭발을 경멸하고 조롱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린다면 삭발은 차마 부끄러워서도 못할 일이다.

장외 투쟁 또한 동력을 얻을 수가 없다. 박근혜 퇴진과 함께 이미 적폐세력이라는 폐족의 신분으로 전락했을 뿐더러, 철저한 성찰도 없었기에 보수세력의 대표를 자임할만한 국민적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금과 같은 정치행위로는 우호적인 지역에서 의석을 건질 수는 있겠지만 100년이 가도 정권 잡을 일은 없다.

촛불민심은 검찰개혁과 공수처 신설을 외치고 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할 오랜 적폐인 까닭이다. 이를 거부하면서 어떻게 민심을 얻겠다는 말인가. 서초동 촛불로 모습을 드러낸 당신들의 절벽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가?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前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前 광남일보 편집국장

前 전남매일 편집국장

前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前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前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사진=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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