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맹자는 춘추시대를 지나 전국시대 중엽 추(鄒)나라 사람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추나라는 나중에 노(魯)나라에 복속됐으니 노나라 출신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맹자의 생몰 년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타 기록들에 의하면 기원전 385~304전후가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맹자가 유가학문을 이어받은 공자보다 약 170년 차이가 나는데 공자사후 100년 뒤에 태어났으므로 공자의 직접 제자는 아니지만 공자의 손자 자사자(子思子)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공자의 이념과 학문을 계승하고 있다.

맹자의 부모에 대해서는 아버지보다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많이 나와 있다. 지금까지도 많이 전해지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나 맹모단기(孟母斷機)라는 고사로 우리에게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부친에 관한 기록은 부친상보다 모친상을 더 화려하게 치렀다는 구절이 나오는 것뿐인데 큰 일은하지 않았지만 맹자가 어느 정도 장성했을 때 돌아가신 것으로 추측된다. 어머니의 행적은 열녀전(烈女傳)에 ‘삼천지교’를 비롯한 곧은 교육을 어머니로부터 대담함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맹자의 학문적 스승은 공자의 손자 자사자를 스승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고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도 자사자에게서 배웠다고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자사가 쓴 《중용(中庸)》에서 맹자의 내용과 유사한 부분이 많고 두 사람의 사상이 사맹학(思孟學)으로 불릴 만큼 공통점이 있는 것을 보면 사기의 기록은 믿을만한 사실이다. 맹자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학자였던 순자(荀子)도 《순자》라는 책에서 자사와 맹자를 동일한 계열로 보고 있다.

맹자의 사상적 삶을 보면 자신의 명성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는 뒤에 따르는 수레가 수 십대 이고, 따르는 사람이 수백 명 이었다고 한다. 각 나라들의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유세(遊說)를 했다. 맹자 전편은 각 나라 제후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맹자가 맨 처음 찾아간 제후는 제나라 위왕 이었다. 그러나 위왕을 만나 자기의 뜻이 실현되지 않자 황금 100일(鎰:20냥, 그러니까 2000냥)을 거절하고 떠나는 것을 보면 맹자의 포부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가 있다.

그 뒤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다가 노나라에 자기 제자인 악정자(樂正子)가 평공에 의해 중용되자 노나라를 찾아 갔으나 기대했던 평공과는 장창의 방해로 만나지 못한다. 등나라 문공이 즉위하자 등나라로 갔는데 등문공이 정치방법을 묻자 왕도정치를 제시하고 그 시발점으로 전정제(田井制)를 권한다. 이 무렵 제나라가 국경지역에 성을 쌓고 위협해 왔는데 등문공에게 백성과 하나 되어 대처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공은 맹자의 가르침을 탐탁지 않게 여기자 그 유명한 양(梁)나라 혜왕(惠王)에게로 간다.

이때는 맹자도 이미 70이 다된 노인이었다. 양혜왕과는 여러 차례 문답을 통해 정치를 행함에 이익이 아닌 인의(仁義)임을 도덕적 가치를 예로 들어 우선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인의를 내세운 어진정치를 베풀면 천하에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을 것 이라고 말한다. 그 유명한 ‘인자무적(仁者無敵)’이 여기서 나왔다. 인자무적이란 어진 자는 적이 없다가 아니라, 맹자는 어진사람 에게는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듬해 혜왕이 죽고 그의 아들 양왕이 즉위하자, 단 한번 만나보고 함량이 미치지 못함을 느끼며 이념이 실현될 가망이 없다고 보고 양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향한다. 제나라에 들어간 맹자는 객경(客卿)의 벼슬자리를 얻어, 등나라에 문상을 간 때가 이때다. 맹자가 객경으로 있던 중 선왕 5년에 제나라가 연나라를 쳤는데 2년 후에 제후들이 연합해 제나라에 맞서 연나라를 구하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맹자는 연나라 포로들과 기물들을 돌려보내고 연나라의 백성들과 상의해서 군주를 세운 후 군대를 철수할 것을 건의 했지만, 성왕은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마침내 제나라는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대패하고 만다. 이 일을 게기로 맹자가 사임하자 선왕은 만류하면서 제나라의 수도에 학교를 지어 맹자의 가르침을 펼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그러나 맹자는 왕도 정치의 실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제나라를 떠난다.

이때 왕도정치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며 하늘의 뜻으로 돌리고, 하늘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할 경우 자신이 아니면 누구에게 그 일을 맡기겠느냐며 유학을 계승한 유학자로서 자부심을 나타낸다. 이때 맹자는 70중반에 접어들었으므로 오랜 유세생활을 접고 수제자 만장(萬章)과 공손추(公孫丑)와 함께 자기 고향인 추 땅으로 돌아와 《맹자(孟子)》 7편을 완성하여 지금까지도 고전(古典)으로 남아 우리에게 읽힐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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