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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의 인재육성 칼럼] ‘무슨 책 읽으세요?’로 통하는 세상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 (언론인) | 승인 2019.10.09 10:57 |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

“요즘 어찌 지내십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지가 인사를 건넨다. “열심히 걷고, 일주일에 한두 번 인문학강의도 듣고 지내지요.” 어딜 걷는지, 무슨 강의가 재미있었는지 얘깃거리가 생긴다. ‘요즘 어찌 지내시는지?’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해도 비슷하다. 안부를 모르니 달리 인사말이 생각 안 난다.

근황을 알고 있으면 말문 열기가 쉽다. 최근 큰 병을 겪은 후배 한 사람은 서각에 취미를 붙였다고 들었다. 마침 기억이 나서 ‘요즘 얼마큼 배웠느냐?’고 물었다. 후배는 핸드폰에 찍어놓은 최근 작품(?)사진을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해준다. 고무판 서각에서 이제 한 단계 진보하여 나무판 서각을 해보니 훨씬 손맛이 좋다고 한다. 취미이야기는 공감을 얻기 쉬운 소재이다.

책읽기 회원을 만나면 말문 열기가 쉬어진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느냐?’ 물어도 별스럽지 않다. 한번은 젊은 후배에게 요즘 무슨 책 읽느냐고 물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다. 히가시고 게이고가 쓴 소설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1백 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좀도둑 3인조’가 편지 고민 상담을 해주게 되며 빚어지는 에피소드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저자의 말이다.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꾸준히 많이 팔리는 이유를 참 알 수가 없다.” 소설가 김종광이 ‘한국소설에도 희망을’이라는 칼럼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소설은 주제와 의미, 대의와 사상을 중요시하는데 일본소설은 극도의 개인주의에 자유분방하다.’고 평했다. ‘왜 일본소설이 인기인가?’ 송현주씨(인터파크 도서소설 MD)는 ‘소소한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무겁고 진지한 소재라도 극복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위로와 공감을 얻어내는 힘이 높다,‘고 말한다.

공감을 많이 얻어내려면 재미있어야한다. 요즘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다. <너는 이미 기적이다> <지금 이순간이 나의집입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70세 사망법안 가결, 70세 되면 죽어야한다 > 제목 한 문장으로 주제·의미· 삶의 지침까지 다 전달한다.

무슨 책이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될까?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책도 있다.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말이 안부인사가 되는 세상을 꿈꾸는 책 예찬론자” 전병근씨(북클럽 오리진 대표)가 39명의 인터뷰를 엮어 2018년 2월10일 출간한 책이다.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지목하는 추천 릴레이 방식 인터뷰다. 첫 번째 릴레이 주자가 소설가 김연수(49)다. 그가 읽은 책보다 그가 쓴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협심증과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코끼리가 심장을 누르는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헤어나기 위해 산책을 시작한다. 가족과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만나면 잡아끌고 길을 걸으며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나눈다. ‘심장을 누르는 코끼리’는 아니더라도 고통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산책하며 코끼리를 잠재우는 이야기, 여러 차례 읽어도 위로가 된다.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작가 김연수는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파우스트>와 <설국>을 읽었고 절에서 밤새 1,080배를 했으며 매일 해질 무렵이면 열 바퀴씩 운동장을 돌았다”고 회고한다. 재미있는 얘깃거리는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책속에 길’은 글 쓴 사람이 걸어가며 만든 길일뿐이다. 내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가? 내가 걸어가야 내 길이다.

언론인 김종남은...

광주서석초등학교, 광주서중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1967년 ROTC 장교로 임관, 강원도 양구에서 2년 반 병역을 마치고 1971년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에 입사, 30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1982년 미국미주리대학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언론학을 연수했다. 1997년 광주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하고 16년간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언론과 지역사회, 언론사상사, 언론문장론을 강의했다. 2001년 광주일보를 나와 4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사무총장을 지낸 후 (사)무등사랑 청년취업아카데미와 인생나눔교실 등에서 글쓰기 특강과 멘토링을 하고 있다.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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