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10월 26일 하면 우리는 먼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를 떠올린다. 더 중대하고 소중하며 자랑스러운,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다. 독재자 시해보다 조국 침략의 선봉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역사를 소환하지 못하는 나, 우리, 나라가 안타깝다.

시험 문제로 나온다고 기를 써가며 외운 훈민정음 반포가 몇 년(1446년)인가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탓하는 것은 물론 무리이며 억지일 수 있다. 하지만 독재자의 역사는 기억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역사는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나 위인들은 많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역사는 일본의 침략과 안중근 의사다.

100여 년 전은 서세동잠(西勢東潛)의 시대였다. 서구 열강이 경쟁적으로 아시아를 침략 했다. 일찍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도 대륙 진출에 나섰다. 대한제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청국과의 전쟁(1894~95년)에서 이겼다. 잇달아 만주를 거쳐 대한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을 노리는 러시아와의 전쟁(1904~05년)에서도 이겼다. 러시아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보다 강해서가 아니라 중국과 대한제국의 협조가 결정적이었다. 두 나라가 ‘동양평화’와 ‘대한제국 독립’ 약속에 속은 것이다.

진정한 ‘동양 평화론’은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집필 했다. 안 의사는 ‘일본이 한국의 국권을 박탈하고 만주와 청국에 야욕을 가졌기 때문에 동양평화가 깨지게 된 것이다. 이제 동양평화를 실현하고 일본이 자존하는 길은 우선 대한제국의 국권을 되돌려 주고, 만주와 청국에 대한 침략야욕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후에 독립한 한·청·일의 동양3국이 일심협력해서 서양세력의 침략을 방어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동양3국이 서로 화합해 개화 진보하면서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진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형 집행 연기를 해주지 않아 ‘동양 평화론’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한·중·일 3국간의 상설기구인 동양평화회의를 뤼순에 조직해 기타 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회의로 발전시키고, 동북아 3국 공동은행 설립, 동북아 3국 공동평화군 창설 등의 구체적인 구상도 밝혔다. 공통 화폐도 언급했다. 놀랍게도 현재의 유럽연합(EU) 형태와 같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앞선 의사의 혜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전범국’ 일본과 다시 전쟁 중이다. 일본은 초강대국 미국에 아첨하는 모습이다. ‘우리 편’이라 믿고 살던 미국의 태도가 애매하다. 누구든 잡아먹겠다는 듯 달려든다.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고 한다. 일본과의 관계가 더 좋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 정서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문제는 언론과 정치권이다. 일본과의 전쟁이나 미국과의 관계는 뒷전으로 밀어냈다.

‘조국 전쟁’으로 세월 가는 줄 몰랐다. 인구 문제와 남북 관계를 비롯한 심각하고 중차대한 모든 사안들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조국 전쟁’에만 몰두했다. 국민들 까지 그 ‘전쟁’에 몰아넣었다. 나라 전체가 뭣이 중한가를 모르고 세월만 보낸 것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아직 일본보다 약하다. 일본은 다시 한국을 노리며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가고 있다. 진영 놀음에 나라 망할 수도 있겠다 싶은 시간이었다.

정권 쟁탈 놀음에 나라가 거덜 날 수도 있다. 나라가 거덜 나면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깡그리 사라진다. ‘조국 전쟁’이 막을 내렸다. 국민을, 나라를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안중근 의사의 10·26과 동양 평화론을 새기면서.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前 전남매일신문 기자

前 중앙일보 기자

前 무등일보 경제부장

前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前 광남일보 논설위원

前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前 남도일보 편집국장

前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前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前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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