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어떤 특정상품이 인기를 끌고, 대중화되어 다수의 사람들이 쓰게 되면 오히려 그 상품을 외면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 ‘스놉 효과’라고 부른다. 즉 ‘난 달라요’에서 오는 비 대중적 고급 지향의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가진 소수의 집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는 보통과 다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고상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다수의 대중들이 많이 소비하는 상품에 대해서 구매의도가 감소하는 ‘별종 근성’의 현상이다.

그들은 대부분 미적 감각이나 자기의 독특한 개성도 아닌, 그렇다고 품질 완벽주의자도 아닌 단지 타인과 차별되어 나타내고자, 대중적인 것을 피하여 값비싼 소비를 지향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들은 좋다고 소문이 났어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으면 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snob’이란 ‘고상한 체하는 사람’ 또는 ‘우월의식에 빠져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말로 가져다 붙이면 ‘속물’정도로 옮겨볼 수 있는 단어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속물 효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뜻은 모두 같은 말이다. 다수의 구매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별 이유 없이 많다는 이유로 꺼리며 그들과는 차별되고 우아한 느낌을 보이고자 제품을 구입하고, 특히 값에 상관하지 않으며 차별화된 것만을 구매하고자하는 구매심리 효과라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속물근성이 낳은 빈센트 &코와 지오모나코 사건이 있었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명품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스놉 효과’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극이었다. 2006년 서울 압구정동에 스위스 명품시계 ‘빈센트 &코’매장이 문을 열었다. 판매자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선전을 하였고 속물근성을 가진 일부 부유층들이 몰려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판매자는 값싼 중국산 부품을 이용하여 만든 저가의 시계를 고가로 둔갑하여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1%만이 찬다’는 달콤한 문구에 현혹되어 구매자들은 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지오모나코는 가짜 명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짜 명품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의 시계를 허위 과장 광고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한국 명품 시계시장에 큰 충격이 있었고 마니아들의 안목을 더 성장시키는 긍정적 요인도 있었다.

스놉 효과가 나타나는 제품은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매우 작은 편으로 수요곡선이 수직선에 가까운 기울기를 나타낸다. 즉 가격이 크게 올라도 인기는 줄지 않으나, 가격이 떨어져 대중들이 모두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구매자의 흥미를 잃게 하는 특징이 있다. 대체적으로 스놉 효과는 이런 경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첫째, 고급스러운 제품이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그 제품을 신속하게 구매하는 형식으로 나타낸다. 그 순간에는 그 고급 제품을 소비하는 ‘영광’을 아무나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아무리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제품이라도 그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어느 수준이상으로 늘어나서 일반 대중이 아무나 다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면 그 제품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누구나 다 사용하면 더 이상 고급스럽지도 않고 영광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정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네트워크 효과’의 일종이다.

스놉 효과는 자신을 남과 다르다는 것을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는 백로에 빗대 ‘백로 효과’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다. 우아한 백로처럼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는 심리를 반영하는 반면, 같은 효과인데도 앞에서 언급한 ‘속물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니 모두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스놉 효과를 이용한 기업 마케팅 방식인 이른바 ‘VIP와 리미티드 에디션’ 이라는 것이 있다. 즉 백화점은 일정액 이상 구매고객에게 VIP등급을 지정하여, 별도로 라운지 이용혜택을 부여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VIP가 되기 위해, 기존 VIP들은 등급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한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특정 계절이나 특정 해에만 출시되는 한정 상품을 말한다. 말하자면 그 순간에만 살 수 있는 특별함을 부각시켜 특별해 보이고 독보적이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스놉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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