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패스트 트랙’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뉴스를 통해 여야 간의 생각과 방향이 완전히 다른 해법을 가지고 있는 패스트 트랙이 무엇이기에 서로 양보를 하지 못하고 대치하고 있을까? 이 말의 뜻을 모르면 요즘 뉴스를 이해하기 힘들다. 패스트 트랙이란 한마디로 국회에서 법안을 빠르게 처리할 목적으로 급행열차처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패스트 트랙이다.

‘안건 신속처리 제도’라고도 한다. 이법은 2012년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의 주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일반 법안을 새로 상정하거나 수정하려고 할 때는 국회의원 발의→상임 위원회→법사위 검토→본회의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거기에 각 상임위원회별로 기한이 정해지지 않아 멈춰있는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어떤 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올리면 위의 절차를 건너뛰는 것은 아니고 각 절차마다 기한이 정해져있어 정해진 날짜를 넘기면 다음절차로 자동 상정되는 빠른 진행방식이다.

구체적 절차를 보면, 패스트 트랙 법안이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소속 재적 위원 3/5이상 찬성을 거쳐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이때 180일까지 심사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법사위원회로 상정되며 기한은 90일이다. 90일 이내에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데 60일 이내에 본회의를 여야 합의로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에서 재적위원 과반 찬성이면 법안이 통과되는 신속하게 진행되는 법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사례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과 ‘유치원 3법’이 있었다. 원래 패스트 트랙은 경제적으로 긴급하게 지원하는 법안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여 빠르게 지원해야 할 때 주로 쓰는 진행 방식이었다. 지금현재 우리 국회에서 만들어진 패스트 트랙은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이 여당시절 주도로 만든 법안이다. 예전에 있었던 국회의장 직권상정보다는 훨씬 까다로운 법안이다.

국회의원 과반 혹은 3/5이상 이상이 찬성해야만 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올려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 올라있는 법안이 어떤 것들이기에 이렇게 복잡하고 시끄러울까? 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하여 일부 야당과 함께 올려놓은 법안은 총 10개 항목이다. 그 중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법안은 총 3개 법안인데 첫 번째가 ‘공수처’신설이다. 공수처란 ‘고위 공무원 비리 수사처’ 혹은 ‘고위공무원 범죄수사처’ 라고도 한다.

전직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등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고위 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을 말한다. 현재는 검찰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말하는데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를 끝낼 권한, 즉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사범·방위사업 범죄로 좁히고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 사법 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 지휘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기소의견이든 불기소 의견이든 검찰에 의무적으로 사건을 송치하고 있지만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경찰이 혐의를 확인한 사건만 송치하고 경찰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사 종결을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선거법 개정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말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단순 ‘다수대표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형식을 쓰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은 각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 다수대표제이고, 비례대표 47명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비례대표명부 순서에 따라 당선자가 정해지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직관적이고 지역 대응성이 높다는 좋은 점도 있는 반면, 사표가 많이 발생하는 폐단이 있고 정당 득표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비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지닌다. 그래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내놓은 대안이 독일방식의 ‘연동형비례대표제’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대체적으로 소수당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석 중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연동형비례대표를 하게 되면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기본으로 권역별을 가미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47석의 비례대표가 75석으로 28석 늘면서 그만큼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하다. 거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소수당이 상대적으로 많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대 야당에서 반대하는 실정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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