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50년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까까머리에 닳아빠진 운동화 신고 다니던 친구들이 머리에 얼굴엔 계급장, 머리엔 서리를 이고 나타났습니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었으나 50년 전의 모습을 소환하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교복에 모자 쓴 친구들,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린 옛 학교의 모습, 은사님들의 모습 등을 담은 영상이 흐르면서 우리는 서서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제멋대로 먹고 마시며 떠들다가 준비된 프로그램이 진행됐지요. 그 첫 머리는 의과대학 교수가 장식했습니다. 그 친구는 두 시간 분량의 노인 건강 강좌를 20분에 마치겠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지루하겠다 싶은 생각도 잠간, 모두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모습이 됐습니다. “필요한 전화번호는 모두 외우던 머리가 요즘은 자기 번호도 빨리 생각나지 않지요?” 하는 물음이 모두를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가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머리를 쓰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뇌세포가 많이 줄어들수록 치매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협박’하며 많이 읽고 외우라는 것입니다. 20분간의 강의는 심각한 후유증을 불렀습니다. 강의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구로 단체 카톡방이 한동안 소음으로 가득해진 것입니다.

건강 수업이 끝나자 음악 시간이 됐습니다. 팝송 듣기 위해 ‘야전’이라 부리던 휴대용 전축을 들고 다니던 노래 잘하는 친구가 팝송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뒤이어 정년퇴직 후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한 친구가 지휘하는 15명의 여성합창단에 “앵콜”이 쏟아졌습니다. 연미복 까지 차려 입고 가곡을 부른 친구가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시 낭송이 전공인 친구 부인의 시 낭송도 맛이 좋았습니다.

이들은 모두에게 부러움과 감동을 샀습니다. 그러나 가장 감동적인 모습은 검은 안경을 끼고 드럼을 치며 노래하는 친구,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친구, 테너 섹스폰을 연주하는 친구 등 3명으로 구성된 보컬 팀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살며 함께 만나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세 친구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저에게 감동과 부러움을 안겼습니다. 게으름으로 시간을 보내는 저에게 큰 가르침이 됐습니다.

이날의 피날레는 92세가 되신 은사님의 노래 ‘썸머 타임’이었습니다. 저희 학창시절 루이 암스트롱이 불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재즈곡을 자청하신 은사님이 계셔 우리는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10년 후에 다시 모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5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10년 후 만남의 약속은 10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력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前 전남매일신문 기자

前 중앙일보 기자

前 무등일보 경제부장

前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前 광남일보 논설위원

前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前 남도일보 편집국장

前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前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前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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