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지인들로부터 출판기념회 개최소식이 하루가 멀게 잇달아 전해진다. 내년 4·15 총선에 나설 후보들의 발걸음이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증표일 것이다. 정치인들의 저서 출판이 식상한 행사가 된지 오래지만 굳이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기념회가 열리는 것을 보면, 세 과시나 조직점검 차원의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년 총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전례 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를 반드시 하겠다’는 시민여론이 거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촛불 시위로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졌지만 그러한 촛불정신이 정당개혁의 기회로 아직 발현되지 못했다는 시민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 전남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녹색바람 돌풍으로 민주당이 텃밭이 빼앗겼던 터라 내년 총선을 민주당 입장에선 권토중래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할게 자명하다. 그래서 지역 선거의 오랜 관행처럼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권리당원 모집과정에서 벌써부터 불법 사례가 다수 적발된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엇나갈 수도 있다는 기미가 포착되고 있다. 청렴성과 도덕성을 선택기준으로 삼겠다는 의견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정책과 공약, 그리고 정당 선호도는 3위에 머물렀다. 인물의 됨됨이, 특히 깨끗한 후보를 뽑겠다는 투표심리가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얘기다.

광주의 경우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물에 투표하겠다는 교체의지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이같은 잠재된 성향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깨끗한 후보를 통한 변화’가 내년 총선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를 바라는 이런 심리를 인지한 탓인지 여야 정당들의 총선 전략도 인물 교체론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지지율 열세를 좀체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위기의식 때문인지 자유 한국당이 먼저 발걸음을 떼고 있는 중이다. 다선 급 의원의 험지 출마가 당내에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미미하긴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도 인물쇄신 요구가 차츰 거세질 전망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표창원 의원과 이철희 의원의 당 쇄신 요구가 그 불씨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광주 시민사회가 ‘100인 위원회’라는 조직을 출범시켰다. 내년 총선에 적극 개입해 개혁적인 인물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100인 위원회는 또한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2020 시민의 총선 준비단’과 연대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해 이같은 시민선거운동이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같은 올바른 후보를 뽑겠다는 시민모임은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정치운동으로 자리매김 될 여지도 많다. 촛불혁명이라 일컬어진 직접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을 이미 체험한 시민들은 시민 정치개입의 중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시민주권정치의 실현이 곧 적폐정치를 원천 차단하는 가장 효율적인 기제임을 깨달은 셈이다.

정치는 유권자의 수준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이 정치를 망치고 공동체를 병들게 한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겪은 바 있다. 내년 총선을 향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前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前 광남일보 편집국장

前 전남매일 편집국장

前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前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前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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