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당 합장 불갑사 주지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해서 진흙 연못에 있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고 밝음을 간직하듯이, 우리 사람들도 오탁악세에 살면서도 나쁜 업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고 밝은 성품을 지켜야 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오탁악세란 다섯 가지 더러움이 가득 차 있는 세상을 말합니다. 다섯 가지 더러움은 겁탁(劫濁 : 시대의 더러움), 견탁(見濁 : 사상, 견해가 사악한 것), 번뇌탁(煩惱濁 :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으로 마음이 더러운 것), 중생탁(衆生濁 : 함께 사는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더러운 것), 명탁(命濁 : 인간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 등입니다.

겁탁은 그 시대 대다수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잘못되어 대립과 투쟁으로 물든 세상을 말하며, 견탁·번뇌탁·중생탁은 사람들의 사상과 견해가 잘못되어 진리를 삿된 것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삿된 것을 진리로 생각하여 탐진치에 물들어서 도덕윤리를 지키지 않아 인간들에게 갖가지 번뇌가 증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겁탁이 말세의 외형적 형태라면, 견탁·번뇌탁·중생탁은 말세에 보이는 인간 내심의 가치관의 타락을 의미합니다. 이 내외적 요소들에 의해 인간의 수명이 짧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오탁악세의 의미입니다.

이러한 오탁악세에 있으면서도 그 마음과 삶의 모습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연꽃의 자태에 비유한 것입니다.

또한 연꽃은 과거 현재 미래가 인과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굴러가고 있으므로 나쁜 악업을 짓지 말고 선행을 닦아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원인이 되고 현재는 과거의 결과로서 존재하며, 현재는 미래의 원인이 되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로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우리의 삶은 결과이면서 동시에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동시인과(同時因果)라고 합니다.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고 맺히므로 이 동시인과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모악산(불갑산)의 정상은 연실봉(蓮實峰)입니다. 연 열매라는 뜻이며, 주변 산자락과 봉우리 들이 연실봉을 중심으로 연꽃잎처럼 감싸고 있어서 모악산 전체가 한송이 연꽃 모양을 이루고 있는 연화형국입니다. 모악산은 영광의 진산이요 불갑의 주산이므로 연꽃은 영광과 불갑을 상징하는 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서 법성포도 연화형국을 띄고 있습니다. 지금은 간척을 해버려서 예전 모습을 느낄 수가 없지만, 대덕산 정상에서 법성포를 내려다보고 간척하기 이전의 모습을 그려보면, 소드랑 섬이 연 열매요 법성포의 주변 산들이 연꽃잎처럼 싸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법성포를 부용포(芙蓉浦)라고도 이름하였던 것입니다. 부용은 연꽃의 다름 이름입니다.

이렇게 보면 영광에는 불갑산과 법성포라는 큰 연꽃 두 송이가 피어 있는 고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영광군민들 모두 연꽃처럼 번뇌와 괴로움에 물들지 않고 밝고 청정한 마음을 간직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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