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옥당골-불출마 선언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던져주는 뉴스거리일 수밖에 없다. 출마와 당선이 정치 활동의 주된 목표이기에, 비장한 각오가 아니고선 결코 내놓을 수 없는 공표이기 때문이다. 가수가 ‘더 이상 노래하지 않겠다’ 작가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과 이철희 의원에 이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불출마 선언 대열에 합류 했다. 자유한국당의 3선 의원인 김세연 의원이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는 비판을 함께 내놓았다.

우리 헌정사에서 불출마 선언 1호의 기록은 이승만이 세웠다. 물론 불출마 선언 번복 1호의 기록도 이승만의 것이다. 제3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원치않는 이범석이 부통령에 지명되자 이승만은 돌연 고령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연일 그의 출마를 종용하는 관제 데모가 펼쳐졌고 “민의를 존중하는 대통령이시니 당신의 재선 입후보를 주장하는 전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탄원의 내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걸고 후보 등록 마감일에 선거출마를 공표했다. 의미 있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 술수였던 셈이다.

결국 대통령의 꿈을 이뤘지만, 김대중 대통령 또한 불출마 선언을 번복해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은 비장한 결심이긴 하지만 그 진위를 의심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지금 여야 정가에서 일고 있는 불출마 바람은 그 명분이 공감을 얻고 있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생명을 스스로 거둔 정치권의 불출마 선언이 국회와 정당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前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前 광남일보 편집국장

前 전남매일 편집국장

前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前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