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마라난타는 백제에 불교를 전한 파키스탄의 스님이다.

AD 384년으로 추정되는 마라난타의 불법 전래의 여정은 고행의 길이었을 것이다. 간다라 지역인 파키스탄 스와트를 출발한 마라난타 스님은 길기트, 훈자를 거쳐 중국 신장 지역인 쿠차, 장안, 항저우에 이르러 배를 타고 현재의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도달한다. 이후 불법을 전파하며 불갑사를 창건했다.

법성포의 지명은 이러한 마라난타의 행적에서 유래한다. 법은 불법을 의미하며 성은 마라난타를 상징한다. 성인 마라난타가 불법을 들여온 곳이라는 뜻이다.

마라난타의 수행처는 파키스탄 서북단 간다라 유적의 중심 탁트히비히 사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2천여년 역사를 간직한 웅장한 사원이며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탑이 있다. 마라난타 스님이 태어난 곳이 이곳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초타 라호르(Chota Lahore)이기 때문에 스님이 불법을 공부한 곳은 당연히 당시 최고, 최대 규모였던 탁트히비히였을 것이다.

마라난타가 법성으로의 긴 여정을 떠나온 것이 무슨 연유에 기인한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헤아릴 수 없는 일이다. 해류에 몸을 실었을 것이라는 설도 존재한다. 불법에 이르기를 일체의 현상은 독립적이고 자존적인 것이 아니며 모두 인과에 얽혀있다 했으니 우연한 행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21세기의 시선으로 들여다봐도 파키스탄의 탁트비히 사원과 법성포, 그리고 불갑사로 이어지는, 마라난타를 매개자로 한 템플 로드는 신비로운 기연이다. 그러기에 이 기연을 예사롭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영광이 지닌 하나의 거대한 문명의 보고라 일컬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문화사적 장엄한 순례의 여정을 세계적 문화관광 컨텐츠로 활성화 시켰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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