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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지] 좋은 기억, 고마워보고 싶고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새내기 교사의 추억
장안진 수완하나중학교 교사 | 승인 2019.12.04 16:16 |
장안진 수완하나중학교 교사

2012년 3월 2일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상무중학교에 처음 발령을 받았었다. 아직도 첫 출근이 지난 달 일처럼 떠오른다. 개학날은 기존 선생님들도 혼란스러운데 신규교사인 나는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종이 치자 갑자기 옆에 계셨던 선배 교사분이 교실로 들어가서 아침조회와 청소를 시키라고 하였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무슨 말을 굉장히 얼버무리며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청소를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시켜야할지 몰라서 성실한 몇몇 아이들과 어찌저찌 함께 청소를 하다가 나왔다. 머리속은 새하얗고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이거 어떻게 해요?)에는 얼버무리며 대답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도 참 폭풍 같았던 아이들과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2012년 상무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의 1년 동안의 기억들이 글을 쓰면서 새록새록 떠오른다.

맨 처음 기억은 3학년 5반 학생들과 했던 첫 체육수업이었다. PAPS라는 건강체력을 측정하는 시간 중에 심폐지구력(왕복오래달리기)를 하는 수업이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해갔지만 아이들의 예상 못한 질문에 또다시 얼버무리는 대답을 하였고, 아이들은 선생님답지 않은 대답에 즐거워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뛰고 싶은 만큼만 뛰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1년 동안 5반 학생들은 체육수업을 아주 좋아하는 열렬한 팬이 되 주었다. 5반 학생들 중 한명은 1년 뒤 2013년에 고등학교에 된 후 나를 찾아와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도 보였던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선생님 같지 않은, 어찌 보면 동네 형이나 오빠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서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지금은 학생들 앞에서 어리버리 하거나, 질문에 당황하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2012년 학생들만큼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 기억은 아이들과 축구를 했던 기억이다. 유난히도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었고 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에 그렇게 축구를 많이 했다. 그리고 젊은 체육교사인 나에게 함께 하자고 하면 왠만하면 함께 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해 가을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 전날 오후에도 축구를 했었고 퇴근하면서 지나가는 선생님이 “장안진 쌤 내일이 결혼식인데 축구하면 어떡해. 얼굴 타니까 그만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학생들과 축구도 많이 했었고 학기 말에 학생들이 준 편지에 축구에 대한 내용이 참 많았었던 것 같다.

세 번째 기억은 토요스포츠로 야구를 지도한 기억이다. 당시에는 토요스포츠가 처음 나왔던 시절이었고 아주 활성화되었던 시기였다. 토요일 오전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서 스포츠를 했었다. 당시 나는 야구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심판을 보면 아이들의 불만이 참 많았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헬멧도 안 쓰고 심판을 보다 눈에 정통으로 공도 맞았었고, 진짜 별이 수백 개는 보였던 것 같다. 학생들이 던지는 변화구를 보면서 ‘우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참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선생님이 야구를 지도하겠다고 나와서 뭘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수많은 야구 책들이 그 당시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샀었던 책이었단 걸 이제 기억이 났다.

세 가지 기억만 썼는데 정해진 분량이 넘어버렸다. 생각하다보니까 2012년 1년만 해도 웃음이 ‘피식’나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매년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첫 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었고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당시에는 재미있다기보다는 힘들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힘든 기억은 많이 사라지고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보고 싶고 그립고 돌아가고 싶다. 나의 2012년 첫 교직, 첫 제자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주어서 고마워”

장안진 수완하나중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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