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우리나라 산야에 지천으로 퍼져있다. 그리 화려한 꽃도 없고 고귀한 귀족의 모습도 아니지만 소시민의 옆에 있으며 친근하고 소박한 나무이다. 전국에 싸리골이나 싸리재 같은 마을 이름이나 고개 이름이 많은 것을 보아도 싸리나무가 전국에 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진짜 우리 나무의 하나이다.

싸리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으로 높게 자라야 2m 정도이다. 참싸리·조록싸리·꽃싸리·둥근싸리·해변싸리·흰싸리·털싸리·풀싸리·개싸리 등 20여 종이 있다. 산사태 지역이나 사방조림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심기도 한다. 과거 싸리나무는 많은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 중에 엮어서 만든 사립문과 병아리나 가축의 침입을 막기 위한 채전의 싸리울타리를 만들어 사용했으나 요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생활도구로는 물건을 담아 두고 말리곤 하는 소쿠리와 채반, 지게 위에 올려놓는 바지게, 그리고 삼태기, 용수, 키 등을 만들어 사용했다. 80년대 철원지역 군부대에서 빗자루를 만들어 제설작업과 연병장을 깨끗하게 청소한 기억도 난다. 민속놀이인 윷놀이의 윷짝을 만드는 데도 좋은 재료였다. 그리고 싸리나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아가며 자라고 공부했던 시절이 옛날이 되어 버렸다. 그 시절에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나가서 회초리를 만들어 오라고 하면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채전 울타리의 싸리를 뽑아 자신이 맞을 회초리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한방에서는 잎과 가지를 목형, 형조 또는 호지자라 하여 해열과 이뇨에 효과가 있어서 기침이나 백일해, 오줌이 잘 안 나오는데 처방한다. 또한 굵은 싸리나무 줄기를 잘라 잿불에 꽂아 두면 위쪽에서 노란 기름이 나오는데 이것을 바르면 얼굴에 피는 버즘이 잘 낫는다고 한다. 싸리나무는 벌꿀을 생산하기 위한 밀원식물로서 꽃이 귀하고 꿀이 귀한 가을에 벌들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중요한 식량이 되어 준다. 사찰 여행을 하다 보면 관목인 싸리나무가 몇몇 사찰의 기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확인은 어렵다.

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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