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먼저 듣거나 이미 알고 있던 정보가 일의 판단 기준이 되어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한다. 한번들은 말이 고정화되면 바꾸기가 어려워 나중에 들은 말을 대부분 거부해 버린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선입견(先入見)이나, 선입주(先入主), 그리고 선입관(先入觀)등 여러 가지로 쓰이나 결론은 같은 말이다. 즉, 사전에 듣거나 보았던 것들이 자신의 판단 기준이 되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전은 반고(班固)가 저술한 한서(漢書) 식부궁전(息夫躬傳)에 나온다. 중국 전한말기 애제(哀帝)는 할머니 부씨(傅氏)와 어머니 정씨(丁氏)일가인 외척들에게 휘둘리며 왕도정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힘든 왕이었다. 스물 두 살의 동현(董賢)을 사랑하며 정치는 외척에게 미루고 방종한 생활로 세월을 보냈다. 언젠가 애제는 장인의 친구인 식부궁이 북방의 흉노(匈奴)가 한나라를 침공할 조짐이 보인다며 북쪽 국경지대의 방비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애제는 승상인 왕가(王嘉)와 상의한다.

왕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폐하께서는 쓸데없는 변설이나 망령된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체적으로 정치하는 사람은 아첨하는 말과 재치 있는 변론과 침소봉대하는 소리로 혼란과 고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춘추시대 진목공은 백리해(百里奚)와 건숙(蹇叔)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정나라를 치려다가 크게 낭패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목공은 자기의 과오를 반성하고 고치려고 애써 나중에는 훌륭한 군주가 되었습니다. 폐하께서도 목공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잘 살피시고 참고하셔서 먼저 들으신 말을 위주로 취하시면 안 됩니다.”

애제는 왕가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그러나 식부궁의 말이 거짓임이 얼마 안가 밝혀졌다. 화가 난 애제는 당장 식부궁을 감옥에 가두었는데, 얼마안가 옥사하고 만다. 식부궁이 애제에게 올린 상소를 보고 애제는 흉노의 침공을 내심 걱정하였다. 재상 왕가는 다른 경로로 흉노의 동향을 보니 전혀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보고 왕에게 식부궁이 한 말은 거짓이므로 현혹되지 말라고 에둘러서 말했던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어떤 것이 각인이 되면 고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축구를 비롯한 야구 등 새로운 감독이 맞게 되면 전에 함께 지내왔던 코치나 동료들이 그 선수에 대한 평가를 새로 부임한 감독에게 말할 때 현명한 감독은 듣지 않으려고 한다. 듣게 되면 그것이 선입관이 되어 편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당시 우리나라를 4강에 올린 히딩크도 학연 지연 등 그 어떤 것도 개의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실력만을 보고 평가하여 구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4강에 올라갈 수 있었으며 무명의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올바른 정보는 먼저 아는 것이 좋을 수 있으나 《논어》 <위령공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볼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더라도 내가 객관적으로 편견 없이 살펴서 판단하라는 가르침이다. 어떤 일이든지 선입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