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보름달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지구 오염으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구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은 지구라는 행성이 절망적은 아니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지구를 학대하지만 않는다면 지구는 인류를 버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지금 지구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후가 달라진 것이 실감나는 만큼 세시풍속의 급격한 변화도 실감이 납니다. 대보름달을 바라보며 예전의 대보름을 생각했습니다. 매년 얼마나 엉뚱한 사고가 날까, 누가 사고를 칠까 궁금하던 세월이었습니다. 대청에 놔둔 찰밥이나 떡을 시루 째 들고 달아나는 이웃집 형에게 “시루나 내놓고 가라 이놈아”하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 정도는 ‘사고’축에 끼지도 못했지요.

쥐불놀이 한다고 싸다니다 큰 낟가리에 불이 붙어 나락을 홀랑 태우기도 했습니다. 이웃 마을과 돌싸움을 하다 머리 터져 피가 철철 흐르는 정도는 흔한 ‘사고’였습니다. 날리던 연의 실이 끊어지자 가서 주워 오라는 형들의 ‘명령’에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다니기도 다반사였습니다. 동네마다 농악 소리가 울리고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마들의 모습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떠오릅니다.

세월과 함께 사라져가던 농악소리가 이젠 아예 자취를 감춘 것 같습니다. 농악 보존을 사명처럼 생각하는 분들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보름은 농사일을 새로 시작하는 상징적인 날이었습니다. 풍년을 빌며 벌이는 잔치와 놀이로 떠들썩한 것이 기억 속의 대보름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내 더위!”를 외치며 다가올 더위를 팔던 대보름도 이젠 제 기억 속의 대보름일 뿐 사라져버렸습니다.

과거는 과연 모두 버려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처럼 과거를 모두 버리다가는 동네와 이웃은 물론 나 자신까지도 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변하는 많이 변했습니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따라 생활과 관습이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변화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웃사촌’이란 말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웃을 사촌만큼 소중히 여기며 살던 우리는 언제부턴가 이웃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황량한 세월입니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된다고 합니다. 더 기쁘고 덜 슬픈 삶을 우리 스스로가 걷어 차버린 삶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가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삶의 방식입니까? 좋은 관습은 더욱 발전시키고 나쁜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콘크리트로 쌓은 아파트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보름날 약식도 나누고 더위도 팔면서 기쁨은 키우고 슬픔은 나누는 공동체를 주문합니다. 이웃 되찾기 운동을 제안합니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前 전남매일신문 기자

前 중앙일보 기자

前 무등일보 경제부장

前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前 광남일보 논설위원

前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前 남도일보 편집국장

前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前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前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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