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예수의 제자인 사도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서 에페수스 교회에 기독론과 교회론을 전개한 편지를 보냈다. 천주교 신자인 안중근 의사도 홍 신부와 민 주교에게 예수를 찬미하는 옥중서신을 보냈다. 어머니에게는 세례명인 ‘도마’의 이름으로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라는 옥중서신을 띄웠다.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참으로 맑고 긍정적인 메시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부정적이며 선동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교주가 교도들을 선동하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2선으로 물러가 있는 조직의 보스가 행동대원들에게 내리는 지침처럼 읽힌다.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 현직 정치인의 메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대목은 미래통합당이 총선에 승리하고 정권을 잡으면 다시 정치에 나서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어이없는 옥중서신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천금 같은 말씀”이라고 화답 했다. 자신이 왜 대표가 됐으며, 왜 종로에서 뛰고 있는가를 모르는 정치 초보다운 반응이다.

제1야당 대표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모든 선거의 후보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다선의 중진 의원들이 왜 그런 ‘자리’를 자신에게 ‘양보’했는가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중진’들은 대표로 나설 명분이 없다. 대표라고 국민 앞에 나서기가 낯부끄러워서 뒤로 물러선 것임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광대’를 연상케 한다. 거리에서 시위에 앞장서고, 단식 하는 모습이 그렇다. 마지못해 종로에서 출사표를 낸 것도.

보수정객들은 시위와 단식 경험이 없다. 가야 하는데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초짜’를 내세운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정치에 무식한(?) 황 대표는 정말 용감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빤쓰’목사의 뒤를 따라다녔다. 덕분에 탄핵 당한 정권을 창출한 보수 정치인들이 다시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 맹목적 보수 세력의 재 결집에 일단 성공 했다.

3년째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정치를 떠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타깝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들에게 부끄러움과 죄송한 마음을 담아 참회하는 서신을 띄워도 용서 받을까 말까 한 처지다.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는 자신의 탄핵 사유에 다름 아니다.

‘도로아미타불’이란 말이 있다. 극락세계에 들기 위한 믿음을 표현하는 ‘나무아미타불’을 빗대 허송세월을 뜻하는 말이다. 3년 세월을 숙고와 반성, 회한으로 보내도 국민의 용서를 받기 어려운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옥중서신’이다. 숙고와 반성, 회한은커녕 왜 탄핵을 당했는지 조차 모른 채 자신이 아직도 정치지도자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착각은 자유지만 한 여자의 착각을 ‘구원의 메시지’나 되는 것처럼 대하는 바깥사람들도 딱하다.

가관인 것은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는 착각의 ‘화룡점정’이다. 무슨 대단한 애국자가 억울한 옥살이 중에 띄우는 옥중서신이나 되는 듯 대서특필이다. 4·15 총선에서 여당을 이길 수 있는 대단한 호재를 만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보도태도가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을 향한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적폐세력 부활을 꾀하는 신호탄이다. 탄핵 당한 세력의 민낯이다. 반동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