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정승은 조선 태조 대에서 세종 대에 이르기까지 23년간 벼슬을 하면서 영의정에 까지 오른 우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승 중 한 분입니다. 그 분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후대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어느 날 여종이 찾아와 “아무개가 저와 다투다가 이러이러한 못된 짓을 하였으니 아주 간악한 년입니다”라고 고했습니다. 황희 정승은 ​“네 말이 맞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여종이 와서 꼭 같은 말을 하니 또 “네 말이 맞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카가 “숙부님 판단이 너무 흐릿하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황희 정승은 “네 말도 맞다” 말하고 독서를 계속했답니다. 역사는 명재상(名宰相)으로 기록하지만 고려 시대에 태어나 조선 초기 4대에 걸쳐 23년간이나 고위 관직을 유지한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짐작됩니다.

영광군이 e-모빌리티 전시·홍보관 겸 노인회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터미널 인근 건물을 매입키로 했습니다. 군 의회 의결 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군민들의 의견이 분분 합니다. 처음엔 건물 가격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더 큰 쟁점은 위치, 여건입니다. 전시·판매·홍보에 필수적인 주차 여건이 대단히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찬성 의견은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필요한 두 시설을 큰 돈 들이지 않고 단시일 안에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합니다.

해당 건물의 매입 여부를 떠나 군과 의회는 양측 의견 모두를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황희 정승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군정에 대해 이처럼 찬반 의견이 나오는 현상 자체는 대단히 바람직합니다. 두 기관의 의사 결정에 군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은 그만큼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군민들이 군정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찬반 의견을 개진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만큼 e-모빌리티에 대한 군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반증입니다. e-모빌리티 메카를 꿈꾸고 있는 영광군의 e-모빌리티 전시관은 영광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e-모빌리티 산업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군민이 아니라 전 국민, 나아가 외국인 방문객들까지도 맞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합리성을 갖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영광군에 노인회관이 없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노인복지관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국가의 노인복지 혜택을 받지 못할 처지라니 회관 마련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여론의 표적이 된 건물주는 “개인의 양보로 다수에게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영광군에 매각키로 했답니다. 큰 이익이나 남기는 것으로 오해받아 상처받았다고 합니다. 이 젊고 건강한 사업가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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