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1)복수초

전국민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의 대화를 꺼려하고 있으나 자연의 순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의 주위에 봄의 기운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전국 각처의 산기슭 숲속에서 자라고 노란꽃 복수초는 숙근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중심 뿌리는 굵고 짧으며 검은 갈색의 잔뿌리가 많고 줄기는 곧추서며 높이는 5-15cm이나 꽃이 지고나면 더욱 자라 30-40cm 정도된다. 복과 장수를 상징하고 봄햇살 쨍쨍 쪼이는 봄날 낮에만 활짝 웃고 추운 밤에는 꽃잎을 닫는다. 눈속에서 꽃이 핀다하여 ‘설연화’, 얼음 사이에서 핀다하여 ‘빙리화’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2)히어리

우리 이름 같지 않은 순수한 우리 토종 나무이다. 우리 고장에선 3월초 잎도 나오기 전에 노란 벌집 모양의 꽃들이 가지마다 옹기종기 매달려 피는 나무이다. 꽃의 화사함과 앙증맞은 꽃 송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우리 농장에는 5그루가 길가 담장에 자리 하고 있다. 분류학상 조록나무과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히어리속(Corylopsis) 히어리 1종과 조록나무속(Distylium)의 조록나무 1종만 자생한다. 히어리보다 더 일찍 피는 같은 과의 풍년화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여온 원예종 재배식물이다. 히어리는 풍년화, 영춘화, 납매 등과 함께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나무이다. 2월이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잎이 나오기 전 8~12개씩 작은 초롱모양의 연노랑 꽃이 핀다. 원뿔모양의 꽃차례라고는 하나 꽃대 길이가 짧아 이삭처럼 밑으로 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꽃이 다 피어도 꽃잎은 반쯤 벌어진 상태로 있으며, 안에서 보라색 꽃밥을 다소곳이 내밀고 있는 모습이 소박하고 정겹다.

3)수양홍매화

불갑사 초입에 진분홍의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어있다. 꽃말은 고결, 결백, 정조, 충실, 인내 등의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단어는 고결함이다. 진분홍의 홍매화는 화사함이 뚜렷하지만 흰색은 잔잔한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선비들은 맑은 향기와 은은한 빛깔을 지니고있는 홍매화를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꽃이라 여겼으며 매화의 맑고 강인함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고결한 심성과 강인한 기상을 함양하고자 곁에 두고 보는 꽃이었다.

양지바른 곳의 수선화는 활짝 피우고 있고 노지의 수선화는 다음 주쯤이나 되어야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다. 작약은 붉은 줄기를 살짝 땅위로 내밀고 있고 농장의 백목단과 노랑목단도 화사한 꽃을 보여주기 위해 새싹을 밀어 올리고, 금잔옥대는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내고 하나둘 은은한 향을 풍기고 노지의 달래는 상큼함으로 우리의 식탁 위를 장식하고 입맛을 새롭게 할 준비를 다 한듯하다.

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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