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이에 반해 지식이 출중하고 경험이 풍부한데도 너무 신중하여 내가 혹시 틀리지나 않을까, 또는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망설이며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 경우를 합해서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즉 다른 말로 지나친 자신감과 지나친 신중함을 합해서 말하는 것이다.

어떤 주제를 놓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할 때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그룹은 능력이 부족함에도 자기주장이 유일한 답이라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 있고, 한 그룹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주장에 확신을 갖지 못해 끌려 다니는 다소 자신감이 부족한 그룹이 있다. 왜 이렇게 확신에 찬 사람과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나뉠까. 해답은 ‘더닝 크루거 효과’로 이론이 모아지는데 실험을 통해서 나타냈다.

1999년 미국의 코넬대학교 에서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교수와 그의 제자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대학원생 45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인지 편향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예상 성적을 미리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자 성적이 비교적 낮은 학생들은 예상 성적을 높게 평가한 반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예상 성적을 의외로 낮게 예측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의 이름을 따서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그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자신감이 향상되는 심리가 있다. 그 분야에 지식이 많지 않으므로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한다는 것도 모른다. 말하자면 무엇을 모른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경험이 쌓이고 여러 분야를 섭렵할 때 자신이 많이 부족했던 것을 알게 된다.

전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면 나이가 든 후에는 오랜 경험과 지식을 통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변모해 가는 것이다. 더닝 크루거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신중함을 나타내려는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즉,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나,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한다는 말이다.

학생시절에 평상시 공부를 잘 안하다가 시험 전날 이른바 벼락치기로 공부를 했는데 다행이 시험을 생각보다 잘 보았다. 반대로 평소에 수많은 노력을 투자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서 시험을 보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의 문제는 맞추겠지? 라고 느낀다면 이것도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매번 1등만 하는 얄미운 친구가 시험을 치르고 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이번 시험은 별로 못 본 것 같아 망쳤어 하면서 엄살을 부린다. 그러나 결과를 발표하면 항상 최고점을 맞고서도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도 더닝 크루거 효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비전문가가 얄팍한 지식으로 전문가인양 행세 하지만 실제로 깊이 들어가 보면 그 내용에 오류가 많이 보인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자기의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능력이 못 미침에도 스스로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를 선택하고 그 결과조차도 결함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 이른다.

아래로는 주변에 매일 상대하는 사람부터, 국가에 정책을 결정하는 큰일을 하는 사람까지도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자만하면서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확실한 신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대립되는 지점에서 반대 증거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거의 전문가의 의견이나 신빙성 높은 수치를 제시하더라도 설득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또 한 가지는 자신의 주장에 맞는 정보가 있다면 정보의 출처나 승인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확인을 확실하게 하지 않고 받아들일 개연성이 크다. 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생각이나 준비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장했던 것을 합리화시킬 외부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과는 타협이나 조정과 같은 과정은 허락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토론을 해야 하는데,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표현으로 토론이 편중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음식의 힘을 빌려서 평온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동기부여를 연출하며 의견을 존중해가면서 설득하는 방법도 의미 있는 토론이 될 것이다. 이러한 민주적인 토론방식이 이루어질 때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근거 없는 고집을 내세우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자각 하게 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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