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남한산성의 위기 상황에서 조선군도 최선을 다했다. 남한산성을 구원하기위한 조선 8도의 근왕병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괄적인 통합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각개전투 상황이 되는 바람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근왕군 이라고 해봐야 인조반정 이후 체계적인 훈련도 이수하지 못한 지방의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그래도 청군에게는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았으므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산성 내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청군은 강화도를 공격한다. 당시 강화도 수비를 맡은 책임자는 장신이었는데, 제대로 온힘을 다해 싸우려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강화도가 함락되고 만다. 강화도 함락으로 봉림대군과 일부 왕족들은 청군진영으로 인질이 되어 압송되는 바람에 힘들게 버티던 남한산성에서는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하기에 이른다. 강화도 함락이 인조로서는 헤어날 수 없는 치명타였다.

항복하기 며칠 전 최명길 등을 비롯한 화전론자 몇 명이 청군에 망신을 당해가면서도 계속 교섭은 진행하였다. 그러다 강화도 함락 소식이 전해지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감지하고 항복문서를 전달한다. ‘조선국왕 신 이종(인조)은 삼가 대 청국 관온 인성 황제 폐하께 글을 올립니다’로 시작된 항복문은 조선의 자존심을 완전히 땅에 떨어뜨렸다. 최명길은 인조의 굴욕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곤룡포를 입는 것과,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대신 남한산성에서 청 태종을 향해 절을 하는 의식으로 대체하고자 수모를 무릅쓰고 여러 번 요구했다.

용골대를 비롯한 청군에서는 완강했고 죄인으로서 정문으로 나오지 말고 곁문으로 나오라고 까지 압박한다. 어쩔 수 없이 패배자인 인조는 1월 30일 성문을 열고 소현세자와 함께 삼전도에 설치한 수항단(受降檀)에서 청 태종에게 철릭(하배들이 입던 군복) 차림으로 삼배구고두의 항복의식을 치른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삼전도의 항복으로 사실상 조선이 한번 망했다고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대통이 그대로 이어져 우리는 조선을 519년 27왕이라고 한다. 항복문서에는 세부적으로 명과의 관계와 이른바 패전국으로 배상금등에 서명을 한다. 이때부터 명과 국교를 단절하고 청의 연호를 쓰기 시작하며 세자와 왕자를 인질로 보낼 것을 약속한다. 이로써 명과의 돈독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롭게 청과 군신관계를 맺는다.

사실 명에 사대했던 것을 청에 한다고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크게 위축될 것도 없다. 그러나 명에 조공으로 바치거나 사신에게 뇌물로 준 것에 비하면 3배가 넘는다. 조선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세폐였다. 청나라는 전쟁 피해보상의 의미로 요구 했던 것이다. 우리 조선에서는 너무 부담이 컸다. 또한 명나라시절에는 조공을 올려 보내면 그에 답하는 하사품도 조공 못지않게 우리에게 돌아왔는데 청과는 돌아오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때 우리에게 가슴 아픈 청군이 끌고 간 인질 ‘환향녀’가 있었다. 수많은 여인들이 양반 평민 노비 할 것 없이 청에 포로로 끌려가 강간과 윤간을 당했고 거의 성노예가 되어 청군의 씨받이로 처참하게 목숨을 부지 하였다. 이렇게 죽지 못해 겨우 살면서도 그들은 고국인 조선을 그리워했다. 상당수가 세월이 흘러 조선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바라고 바라던 일이 이루어 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시댁을 찾은 환향녀 들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것은 가녀린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고 약소국의 비애였건만 오직 책임은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 국가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한 인조는 ‘청에 끌려간 여성들의 강간 피해는 이혼 대상이 아니니 내치지 말라’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대부들이 무시하므로 지켜지지 않는다. 결국 버림받은 환향녀 들은 비구니가 되거나 친정집으로 돌아갔지만 거기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기녀로 전락하여 비참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마쳤다.

사실 청은 조선을 멸망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청의 목표는 명나라였던 것이다. 그래서 인조가 대통을 이어갔으며 포로로 끌려갔던 사람들도 되돌아 올수 있었던 것도 조선은 등한시하고 초점을 명에 맞췄기 때문이다. 한편 10년의 볼모생활을 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1645년 환국했으나 세자는 2개월 만에 죽는다. 그리고 인조의 뒤를 이은 봉림대군은 왕위에 오른 뒤 볼모생활의 비참함을 기억하며 강직한 재야인사들을 많이 기용했고, 군비를 확장하여 청에 복수를 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효종도 재위 10년 만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기억되는 전쟁이다. <다음은 청일전쟁입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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