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중국 남송의 대학자 주희(朱熹)는 제자들에게 학문할 것을 권하는 권학문(勸學文)에서 우성(偶成)이라는 짧으면서도 삶속에 의미가 담긴 시를 써서 학문의 소중함과 시간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증보편 에도 나오고 학교에서도 배운 낯익은 시다.

少年易老 學難成.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가 어려우니, 一寸光陰 不可輕. 작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未覺池塘 春草夢. 연못가에 봄풀은 깨닫기 전에 꿈을 꾸는데 階前梧葉 已秋聲.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이미 가을을 알리네.

주희는 때를 놓치지 말고 학문에 정진해야한다는 것을 이렇게 한 인생을 짧게 표현했다. 짧지만 내용은 알차다. 핵심은 일촌광음(一寸光陰)이다. 일촌은 하루 24시간을 백 등분 했을 때 그 한등분이 차지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분으로 환산하면 14.4분에 해당한다. 참 짧은 시간이다. 광음(光陰)은 말 그대로 빛과 그늘이니 세월을 나타낸다. 세 번째 연에 어린 새싹일 때는 무수히 많은 꿈을 꾸었건만 어느 날 섬돌 앞에 오동나무 잎을 떨어지는 것을 보니 가을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허무함을 주희는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했다.

나무들도 어린 새싹 때는 큰 나무로 성장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크면서 뽑히거나 쓸모없는 나무라고 베어져서 크지 못한다. 온갖 고난을 겪고 큰 나무가된 오동나무는 때가 되어 잎이 떨어지는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뭇잎 중에 가장 큰 나뭇잎이 오동나무 잎이다. 오동잎 떨어지는 것 하나만 보아도 모든 잎이 곧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시간이다.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의 버클리 대학교 로버트 프리츠 교수는 “발전이란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배움은 낯설고 복잡한 환경에서 길을 찾아 헤매며 상당한 시간을 보낸 후에야 얻어 내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골의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경철 작가는 《자기혁명》이란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다. “나에게 붙어있는 나쁜 습관의 찌꺼기를 떼어내고, 시간을 압축해서 밀도를 높이고, 코피가 터지고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집중하라”고 했다. 시간의 소중함을 젊은이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시간에 매달려 사는 우리 인생은 고해(苦海)의 길이다.

금수저와 흑수저란 말이 유행한다. 그러나 조물주가 우리 인생에게 금수저든 흑수저든 똑 같이 부여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에 지나치게 연연하며 살기 보다는 사는 동안 현재에 충실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나의 일이 완성되리라고 본다. 인간의 삶에는 유통(流通)기간이 있고 유효(有效)기간이 있다. 유통기간은 살아 숨 쉬는 시간이고, 유효기간은 죽고 이 세상에는 없지만 후세 사람들에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시간이 유효기간이다.

즉 유효기간은 무한대라는 말이다. 유효기간을 넓히려면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희는 일촌의 시각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알차게 쓰라는 말일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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